입력 : 2016.06.23 09:21
-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페북에 5년전 추억이 떴다. Global Green Growth Summit 2011(2011.6.20.)에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기조연설 사진과 함께. 후쿠시마지진 직후에 만난 손정의 회장은 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의 중요성을 피력하였고, 특히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페북에 기록을 남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5년이 지났고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모든 나라가 동참하는 신기후체제가 출범하였다. 올 초에는 그 취지에 동의하는 서명을 뉴욕 UN본부에서 대통령이 직접했다. UN파리협정이후 에너지 시장이 바뀌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언급했듯이 파리협정은 '세계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BNEF)에 따르면 이미 2015년 청정에너지투자는 세계적으로 3,3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전력생산의 23%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2040년에 최소 4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신규 발전설비 시장에선 재생에너지가 이미 대세이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같은 유럽 국가들은 2020년이면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도 2030년까지 전력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반대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늘어난다. 현재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고, 현재 11기가 건설 중이며, 2025년까지 20기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반면에 신재생에너지비율은 3.52%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폐기물을 통해 생산된 에너지가 3분의 2(65.8%)를 차지하여 이는 대기오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즉, 국내이 진정한 재생에너지는 1.2%정도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어떤 에너지정책을 가져갈 것인지는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기후변화정책에 매우 중요한 핵심이지만 요즘 국내에서 가장 핫한 이슈인 대기오염정책과도 매우 밀접하다. '침묵의 살인자'인 초미세먼지에 대해서 지금껏 '중국'의 핑계를 대고 있었지만 국내의 초미세먼지 중 외부 영향을 제외한 약 51%가 우리나라 내부에서 생성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이 51%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고, 해야하는 부분이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이며, 그 중 70% 정도를 발전용 석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석탄 그 자체가 유해한 것은 아니다. 석탄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독성 먼지와 중금속이 초미세먼지와 결합하여 우리 몸의 혈관과 폐의 깊숙한 곳에 빠르게 침투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대표적으로 배출되는 질산화물(NO₂)과 이산화황(SO₂)의 경우 대기 중 화학 반응을 통해 2차 생성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만 2,752t이 된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원(2015)이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하여 연간 조기사망자수가 1,144명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화력발전소는 국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기 점수는 '환경성과지수(EPI·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16'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45.51점이다. 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예방을 위한 노력과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에서 전력생산의 경제성을 근거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자는 입장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당장의 이윤과 경제성을 추구하기보다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 피해로 매년 100만 명이 전 세계적으로 사망하고 있고(그린피스, 2015), 한국은 OECD국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꼴찌인 것을 감안한다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악역향을 미칠지는 감이 잡힐 것이다. 이제 석탄은 더 이상 저렴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자원이라는 것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