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디자인 접목... 지역 명물로 키울 것"

    입력 : 2016.06.22 09:38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일규 이사장의 '디자인 경영']


    통상부 초대 디자인정책 과장 "디자인 정책의 선구자 자부"
    전국 전통시장별로 위원회 조직, 각각 특색 살려 맞춤식 육성


    "과거 문화와 놀이의 장(場)이었던 전통 시장에 '디자인 경영'을 접목해 시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전통 시장을 되살리겠습니다."


    전통 시장에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사업을 추진 중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일규(66) 이사장은 19일 "단순히 전통 시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구매 동선(動線)을 편리하게 만들고 소비자를 끌어모아 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사장은 스스로를 "디자인 정책의 선구자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1996년 당시 통상산업부에 '디자인정책과'가 생길 때 초대 과장을 맡았다. 2006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재직 때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빙해 국내에 '디자인경영과정'을 개설했고 중앙대 등에서 디자인경영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초대 이사장을 맡은 뒤 전통 시장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일규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역본부에서 전통 시장에 디자인 경영을 접목하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각 전통 시장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을 살려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어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는 각 시장의 특색에 걸맞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전국 전통 시장별로 '특색개발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에는 디자이너와 상인회장, 향토사학자, 주민 대표,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그는 "공간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게 그 공간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함께 지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전통 시장의 특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장 성공적인 시장은 경기도 부천에 있는 역곡상상시장이에요. 부천이 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국제만화축제 같은 콘텐츠 산업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영화나 만화 관련 캐릭터를 조형물로 만들어 시장을 꾸미고 점포를 알리는 데도 이 캐릭터들을 활용했죠. 지금은 서울이나 인천에서도 고객들이 찾아오는 시장이 됐어요."


    ICT(정보통신기술)도 융합해 지역 주민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이사장은 "1~2인 가구에 맞춰 소량 소포장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성백영 민속떡' 점포는 떡을 한입 크기로 포장해 매출이 3년 전보다 50%나 늘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우리나라 전통 시장 1500개 가운데 220여개를 이 같은 특화 시장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동대문 시장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은 '글로벌 명품 시장'으로, 유명 관광지 주변 시장은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동네 소규모 시장은 '골목형' 시장으로 나눠 특색 있는 전통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일규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7년 동안 최전방에서 장교 생활을 하다 대위 시절, 장교 대상의 공무원 특채 시험을 봐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1년에 2번 이상 임원들과 국립묘지를 참배한다"며 "소상공인을 더 강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일도 국가를 지키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