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떨어지고 失業 늘어도 '좀비 제조업' 빠르게 솎아낸다

    입력 : 2016.06.21 09:11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산업 구조개혁


    철강·석탄 부문서 180만명 감축
    1000여개 달하는 中小 조선사는 70~80개 대형 조선사로 정리
    "2500개 시멘트업체 중 1000개는 문 닫게할 것" 선언도


    중국 최대의 철강 도시인 탕산 시내에서 만난 장즈친(張志勤)씨는 근로자 10여명과 함께 도로 화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까지 탕산시 외곽의 철강 회사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가 회사 파산으로 실업자가 됐다. 탕산시는 최근 장씨 같은 실업자들을 거리 청소나 공공시설 경비 등에 투입한다. 장씨는 "이전 철강 회사에서 3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며 "정부에서 주는 월급이 회사에서 받던 것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못 받는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탕산시는 연간 철강 생산량이 1억5000만t으로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다. 최근 글로벌 철강 수요 급감의 영향이 이곳에도 미쳤다. 2017년까지 생산을 1억10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탕산시 세수도 400억위안(약 7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길에서 만난 한 시민은 "몇 년 전 탕산시의 밤은 불야성이었는데 요즘은 죽은 도시 같다"고 했다.


    ◇속도 내는 구조조정


    전 세계 석탄의 10분의 1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의 석탄 생산 기지인 서북부 산시(山西)성 역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의 80%를 석탄 생산에 의존하는 산시성은 작년 성장률이 3.1%에 불과했다. 중국 전체 성장률(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31개 중국 성시(省市) 가운데 성장률이 꼴찌에서 둘째다. 광산마다 인력·설비 감축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철강·석탄 생산 능력을 약 10%, 인력을 180만명 줄이겠다"는 '철강·석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집권한 후 철강·시멘트·알루미늄·판유리·조선 등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엔 양대 공급 과잉 업종인 철강·석탄을 콕 찍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메스를 대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 선전의 세계 1위 드론(무인비행기) 제조사 SZ DJI 본사에서 열린 드론 시연 행사를 구경하는 소비자들(왼쪽 사진), 중국 산시성의 한 석탄 공장에서 트럭 짐칸에 실린 석탄을 정리하는 인부(오른쪽 사진). 선전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DJI처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1분에 8개꼴로 태어나고 있다. 반면 석탄, 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밀집한 산시성, 탕산 등의 도시에선 폐업 기업이 속출하면서 급격히 활기를 잃고 있다. /블룸버그


    그렇다고 다른 업종은 놔두겠다는 게 아니다. 조선은 살릴 기업만 추리는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해 1000여개에 달하는 중소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 70~80개로 줄이고 있다. 해운업에서도 양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와 중국해운을 합병했다. 시멘트는 연초에 양대 국유 시멘트 업체인 중차이(中材)와 젠차이(建材)를 통합하기로 하는 등 2500개 시멘트 업체 중 1000개의 문을 닫겠다고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중국 정부가 향후 2~3년간 철강 산업 이외에도 석탄, 시멘트, 조선 등 7개 분야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500만~600만명가량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속 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약진하면서 30년 가까이 연 성장률 9~10%의 '고속 성장 시대'를 살아왔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수출 제조업 기반의 고속 성장을 멈추고 중속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2년 7%대로 떨어진 이후 작년에는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6~7%대로 하락하자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급격히 활력을 잃으면서 경착륙한다는 우려도 대두됐다. 좀비 기업들이 국영은행의 돈으로 연명해오다 보니 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총부채는 25조달러(약 2경904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49%나 됐다. 신흥국 평균(175%)을 크게 웃돈다.


    올 들어 중국 정부는 성장 목표를 6.5~ 7%로 낮추며 '중속 성장 시대' 원년을 선언했다. 철강 등 공급 과잉에 처한 전통 제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고속 성장 시대를 조기에 마감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늘더라도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리고 좀비 기업은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구조조정을 거친 제조업에 '신경제(新經濟)'를 접목해서 '하이브리드 경제 대국'으로 경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의 '강시' 기업과 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한국 기업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기회'이지만, 새로운 기업들이 쑥쑥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위협' 요인"이라며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이 대전환을 이루는 것에 관심을 두고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