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믿을 건 땅?... 토지 청약, 수천 대 1 경쟁률

    입력 : 2016.06.16 09:51

    [초저금리 시대 맞아 청약자 폭주… LH 올 들어 2차례나 서버 다운]


    영종 하늘도시 평균 364 대 1 경쟁
    한 필지에 9204명 몰리기도… 원주 상가주택용지는 3700 대 1
    "아래층은 임대, 위층은 가정집"
    대로변에서 1~2블록 떨어진 골목길 낡은 단독주택 가장 인기
    웃돈 노린 투자 많아 거품 조심, 상권 변화 따라 수익률 극과 극


    "평생 맞벌이하면서 은퇴 자금으로 4억원 정도 모았는데 은행에 넣어봤자 뭐합니까. 용돈도 안 나올 텐데요. 3~4층짜리 집 지어서 아래층은 상가로 임대해 매달 월세 받고, 위에는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건 모든 직장인의 꿈 아닐까요."


    대기업 부장 임모(51)씨는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틈만 나면 PC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청약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LH가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하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에 청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계속 다운되는 바람에 청약 신청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영종하늘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 투자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청약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장상진 기자


    LH는 청약 마감 시간을 당초 14일 오후에서 15일로 연장했다. 최종 청약접수 결과, 총 177필지에 6만4350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은 364 대 1에 달했다. 2010-501 지번의 필지에는 무려 9204명이 몰리며 점포겸용 주택용지 사상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LH 관계자는 "청약자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가 토지 청약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 같다"고 했다.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2009년에 공급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단독주택용지 분양 시장은 전혀 딴판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토지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토지 청약시장 과열 조짐


    LH가 분양하는 토지에 청약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10일 경기 부천 옥길지구 청약 당시에도 상가주택용지 22필지에 2만7000여 명이 몰리며 인터넷 청약시스템이 마비돼 마감을 하루 연장했다. LH 관계자는 "청약 서버가 1000명 정도 동시 접속을 감당할 수 있는데 상가주택용지 분양 때마다 서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청약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비(非) 수도권의 토지 청약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강원 원주기업도시에서 실시된 25개 상가주택용지 입찰의 평균 경쟁률은 3700 대 1을 넘었다.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24필지도 인터넷 공매에서 평균 낙찰가율이 246%에 달했다. 감정가격의 2.5배를 주고 땅을 사간 것이다.



    도심의 낡은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임대용 상가와 주택을 동시에 마련하는 사업에도 투자자가 몰린다. 최근 2~3년 사이 서울 홍익대 주변 연희동과 연남동, 상수동 일대 단독주택이 가장 인기다. 대로변에서 한두 블록 정도 들어간 이면도로의 20~30년 된 2층짜리 낡은 주택이 대표적이다. 통상 330㎡ 규모의 단독주택은 대로변이 아니라면 10억~15억원에 살 수 있다. 이런 주택을 구입해 1억5000만~2억원 정도를 들여 리모델링해 1층은 식당이나 카페로 세를 주고 2층에는 집주인이 사는 방식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50~60대 중산층 투자자의 관심이 많다"며 "노후 자금과 살던 집을 팔아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거·임대 동시해결… 거품 주의해야


    점포 겸용 단독 주택용지와 단독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주거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빌딩이나 분양 상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다는 점도 투자자가 모이는 이유 중 하나다.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필지당 가격이 최저 3억원대, 최고 7억원대였다. 지방은 투자 규모가 더 작다. 원주기업도시의 경우 필지당 2억~3억원대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점포겸용 주택용지 시장에 '거품'이 낀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규정상 점포겸용 주택지는 '분양가에 웃돈을 붙여서 팔 수 없다'는 전매(轉賣) 제한 규정이 있다. 문제는 최근 웃돈을 노리고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단독주택 용지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換金性)'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김효종 KB국민은행 WM그룹 상무는 "상가형 주택은 주거와 임대 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권 변화에 따라 임대 수익률이 큰 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