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소문 나도는 '신격호 금고'의 진실은

    입력 : 2016.06.15 09:41

    [롯데 비자금 수사] 검찰, 현금 30억·장부 확보


    통장·각종 유가증권 보관 가능성
    롯데 관계자 "비자금 아니다… 총괄회장 연봉·배당금 등 모은 것"
    지난해 경영권 분쟁 터졌을 때 신동빈 측서 내용물 빼내 옮겨
    이후 양측 대립 더 격렬해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생활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 집무실 옆 비서실에는 가로 세로 길이 1m에 높이가 1.5m인 철제 금고가 있다. 과거부터 롯데 내부에서 "신 총괄회장이 현금과 수표, 각종 유가증권, 은행 통장 등 개인 자산 5000억원을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 금고다. 롯데 관계자들은 검찰이 최근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해 분석 중인 '현금 30억원+장부'는 원래 이 금고에 들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롯데 관계자들은 여기에 수표, 은행 통장, 유가증권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격호 개인 자산 보관 금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이 금고의 내용물을 놓고 크게 싸웠다. 작년 7월 시작된 분쟁은 그해 8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완승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2개월 뒤인 10월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 측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발표한 이후 더 격렬해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작년 10월 신동주 측은 롯데호텔 34층을 장악했고, 이를 막는 신동빈 측과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신동주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 비서실장인 이일민 비서실장(전무)이 신동빈 측근이라고 판단하고 34층에서 내보냈다.



    문제는 금고를 관리하던 이 전무가 쫓겨나가면서 금고 속 내용물을 자기 집으로 옮긴 것이다. 롯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를 안 신동주 측은 신동빈 측에 "총괄회장이 찾는다"라며 내용물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왜 아버지의 재산을 건드리려고 하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검찰 수사에서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 전무는 신격호·신동빈 부자(父子)를 수십년 보필해온 가신(家臣)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전임 김성회 전무가 24년간 지낸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롯데 관계자는 "금고 속 돈과 통장 등은 총괄회장이 연봉과 배당금 등을 모아놓은 것으로 비자금이 아니다"라며 "이 전무가 빼돌린 것이 아니라, 평생 모셔온 총괄회장의 자산을 신동주 회장 측이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따로 챙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금고 전쟁'이후 분쟁 더 격렬해져


    '금고 전쟁' 이후 신동빈 측은 신동주 측에 취하는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전까지 신동빈 측은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신동주 측 주장에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때부터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12월 18일에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신격호 회장은 독자적으로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며 성년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신동빈 측은 신동주 측의 소송에만 대응하고 따로 소송을 걸지는 않았던 전략도 바꿨다. 올 1월 일본에서 신동주 회장의 광윤사 대표이사 선임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것이다.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 대표를 물려주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무효라는 내용이었다.


    신동주 측도 금고 사태 이후 공세를 강화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이 즈음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신동주 회장은 작년에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에 지난 반 년간 75억원을 빌려줬다. 이 회사는 실제 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지만, 신동주 회장의 돈으로 법률 자문단 운영비, 임직원 월급 등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