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세계1위' 마이크로소프트, SNS까지 넘본다

    입력 : 2016.06.15 09:27

    [마이크로소프트의 '30조 베팅'… 가입자 4억3000만 '링크트인' 인수]


    기업 메신저·클라우드 서비스에 '직장인판 페북' 링크트인 확보
    실제 업무부터 인력관리까지 기업 종합서비스 제공할 수 있어
    글로벌 IT업체 막대한 현금 보유, 대규모 M&A戰 촉발 가능성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SW)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업용 온라인 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섰다. MS는 13일(현지 시각) 직장인 기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링크트인(Linkedin)을 무려 262억달러(약 30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MS가 단행했던 역대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MS는 이번 M&A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직장인 4억3300만명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했다. 기존에 서비스했던 문서 작성 프로그램·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에 기업용 SNS까지 장악에 나선 것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MS가 이번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PC(개인용 컴퓨터)시대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었던 MS는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에 밀려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4년 2월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윈도·오피스 등 기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용 클라우드와 SNS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MS, SNS로 사업 확대


    MS는 링크트인 인수를 통해 SNS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MS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 '오피스 365', 고객관리(CRM)·자원관리(ERP) 등을 통합 제공하는 '다이내믹스',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 '야머', 화상회의 서비스인 '스카이프'도 MS의 핵심 서비스다. 여기에 직장인판(版) 페이스북 격인 링크트인의 DB를 확보하면서 실제 업무부터 구인·구직 등 인력 관리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링크트인 본사 앞에서 제프 웨이너(왼쪽) 링크트인 CEO,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회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MS는 이날 직장인 기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링크트인을 약 30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


    세계 최대의 직장인 기반 SNS인 링크트인은 페이스북과 비슷한 관계망 구축 서비스이지만 친분 대신 경력을 통해 서로 연결해준다. 가입할 때 학력·직장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기술(skill)은 무엇인지, 보유한 자격증·특허·논문은 무엇인지 등을 기입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링크트인은 유사 직종의 종사자들끼리 연결해주거나 사용자가 관심 있어 할 정보를 제공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특정 계층에 대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델라 CEO는 "음성 인식 서비스인 코타나를 링크트인에 적용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최고의 소프트웨어와 SNS가 하나로 묶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나델라 CE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수 발표 하루 전인 12일에도 나델라 CEO와 링크트인의 제프 웨이너 CEO, 리드 호프먼 회장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나델라 CEO가 직접 나선 것에 대해 스마트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스티브 발머 전(前) CEO의 '모바일' 사업을 완전히 지우고, 모든 역량을 기업용 서비스로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본다. MS는 지난달 발머 전 CEO가 2013년에 73억달러(약 8조5900억원)를 주고 인수한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을 단돈 3억5000만달러(약 4119억원)에 대만의 폭스콘에 팔아치웠다.


    반면 작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세일즈포스를 무려 550억달러(약 64조7350억원)에 인수하려 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IT업계, 본격적인 '전의 전쟁' 벌어지나


    MS의 링크트인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IT업계에 '전(錢)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구글·시스코·오라클 등 주요 IT기업은 현재 막대한 현금을 보유 중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애플이 2160억달러(약 254조원)의 현금을 보유해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MS가 1026억달러(약 120조6880억원), 구글의 모(母)기업인 알파벳이 731억달러(약 85조9875억원)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오라클·시스코의 현금 보유액을 합하면 5044억달러(약 593조3200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이 언제든 막강한 현금 보유고를 열어젖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단문형 SNS 업체인 트위터의 주가가 장중 9%까지 뛰었다가 3.8% 상승으로 마감했다. 성장세가 꺾인 트위터는 현재 IT업계에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업체로 꼽힌다. 그 외에 페이스북·구글 등은 기업용 메신저 업체인 슬랙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올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IT 기업의 인수·합병이 주춤했었다"면서 "MS가 선공에 나선 만큼 다른 IT 업체들도 기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