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저금리 시대... 주택 대출, 어떤게 유리할까

    입력 : 2016.06.14 09:22

    금융당국, 고정금리 대출 유도… 2010년 7%에서 작년 32%로 반대로 금리 계속 내려가기만
    변동금리로 갈아타기 전에 중도상환 수수료 먼저 따져보고
    일단 변동금리로 대출 받은후 금리 오르면 '고정' 갈아타도 돼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2013년 9월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빌렸다. 당시 은행 직원은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가긴 어려워 보이므로 변동금리 말고 고정금리로 받으시라"며 고정금리 대출을 권했다. 연 3.8%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김씨는 매월 63만원씩 이자를 내왔다. 그 사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번이나 내렸고 은행의 대출 금리도 함께 미끄러졌다. 김씨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아까워 대출을 안 갈아타고 버텨왔는데 이제는 정말 변동금리 대출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금리의 진정한 '바닥'은 어디인지 갈피가 안 잡힌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뒤 은행 상담 창구엔 "대출을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고정금리가 덜 위험한 대출인지, 갈아타기로 결심했다면 고려해야 할 변수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출자들의 혼란이 적지 않다.


    ◇고정금리 받으라더니 금리 계속 내리막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2012년부터 은행들에 권고해 왔다. '2016년 40%, 2017년 42.5%…' 같은 식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지에 대한 목표치도 정해두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을 많이 권유하고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많이 풀었다. 그 결과 지난해 새 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고정금리 대출로 나갔고,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비율은 2010년 전체 대출의 7%에서 지난해 32%로 증가했다.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574조원으로, 이 중 3분의 1 정도인 184조원이 고정금리 대출이다.



    문제는 그사이 금리가 계속 내렸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천천히 진행되면서 은행 대출 금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미끄러졌다. 3년 전 평균 약 3.9%였던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9%(4월 기준)로 약 1%포인트 하락했다. 3년 전에 2억원을 연 3.9% 고정금리로 받은 대출자는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자보다 매월 약 17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변동금리로 갈아타겠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나옴 직하다.


    ◇"중도상환 수수료 먼저 따져보세요"


    전문가들은 변동금리로 갈아타기 전에 먼저 중도상환 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받은 지 3년이 되기 전에 돈을 갚으면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이다. 대출 원금의 1.2~1.5% 정도이고, 3년에 가까워질수록 하루 단위로 단계적으로 감소해 3년이 지나면 '0원'이 된다. KEB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변동금리 대출 전환으로 아낄 수 있는 이자 총액이 은행에 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보다 많은지를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신규 대출 조건을 보다 까다롭게 했다는 점도 '대출 리모델링'의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갈아타려고 하다가 더 깐깐해진 대출 심사 과정에서 원금 중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갈아타도 같은 금액을 빌릴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자는 '일단 변동금리'가 유리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셈법이 좀 더 복잡하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권고 비율을 맞추려고 현재 고정금리 대출 금리를 많이 내려놓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은행들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보다 높아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다. 예컨대 현재 국민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금리는 약 2.71%로 변동금리 대출(2.84%)보다 0.13%포인트 낮다.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10년 넘는 긴 기간에 받으므로 이 정도 금리에 만족하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규 대출자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준금리 인하가 변동금리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2~3개월 정도 시차가 있어 변동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고,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