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통합방송법... 뒤엉킨 'CJ헬로비전 인수'

    입력 : 2016.06.09 09:43

    [CJ헬로비전 '매출 부풀리기' 혐의… 인수 추진하는 SKT 비상]


    매출 부풀리기 사실로 드러나면 심사 과정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방송사간 인수합병 때 지분율 제한… 통합방송법 20대국회 제출하기로
    신임 미래수석, 인수합병에 부정적
    SKT "골든타임 놓칠 것 같아 답답"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등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 중인 SK텔레콤에 비상이 걸렸다. CJ헬로비전의 매출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심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방송사 간 인수·합병 때 지분율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통합방송법을 20대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한 것과 이 문제를 주관하는 청와대 경제·미래 수석비서관들이 교체된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오는 18일이면 인수·합병 심사를 신청한 지 200일이 된다"며 "본질과 벗어난 문제들 때문에 자꾸 시간이 지연되면서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새로 등장한 '경찰 수사'


    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의 지역방송 2개사가 작년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발표에 앞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리기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통신장비를 다른 업체에 납품하지 않고도 납품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하청업체에 마치 납품을 받은 것처럼 꾸며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100억~200억원 정도의 매출 부풀리기를 한 정황이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있었는지, 이 과정에 CJ헬로비전 본사 차원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신 업계에선 작년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매출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CJ헬로비전 측은 "작년 자체 조사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담당자들을 징계했었다"면서 "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작년 인수 협상 때 CJ헬로비전이 '일부 직원들의 실적 부풀리기 행위를 자체 적발했다'고 알렸고, 인수 가격 산정에도 반영됐다"며 "이미 그쪽에서 내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인수·합병 추진에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경찰 수사로 6개월 넘게 끌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심사가 더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말 "방송·통신 분야 심사는 1년 이상 걸린 때도 몇 차례 있었고, 일부는 최장 2년 반 걸린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최종 허가권을 가진 미래부도 심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수석 교체 등 새로운 변수 등장


    정부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통합방송법을 재의결해 20대 국회에 발의하기로 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행령에서 시장 독과점 방지와 공정 경쟁을 위해 인수·합병 때 구체적인 지분율 제한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 등에서 "33%의 지분율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게 시행령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만약 이렇게 될 경우, 인수·합병이 성사되더라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지분을 33%까지밖에 갖지 못하게 된다. 경영권이 제한되는 SK텔레콤으로서는 헬로비전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과 조신 미래전략수석이 각각 강석훈 수석과 현대원 수석으로 교체된 것도 '변수'라는 지적이다. 경제수석과 미래수석은 인수·합병 심사기관인 공정거래위와 미래부를 각각 담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최종 결정은 직접 심사에 참여한 정부 부처가 내리지만, 그전에 청와대와도 조율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새로 온 수석들이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 이 사안에 대해 곧바로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수 출신인 현대원 신임 미래수석은 평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SKT "인수 추진 변함없다"


    SK텔레콤은 최근 부각된 변수들에도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인수·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투자, 향후 통합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후발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발목잡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수·합병 후에도 여전히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가진 KT가 유료 방송 시장 1위 기업인데도 KT와 LG유플러스가 무조건 반대하며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 당국이 뚜렷한 명분이나 근거도 없이 심사기간을 연장하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가 인수·합병을 허용하든 불허하든 조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