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社 분할·합병 대신 자산 매각... 일단은 모두 살리려는 포석

    입력 : 2016.06.09 09:27

    [조선·해운 구조조정案]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


    업체 대거 문닫아 경쟁력 잃었던 일본식 구조조정은 피하기로
    낙관적 수주 전망 전제로 계획… "상황 인식 안이하다" 비판도


    정부가 8일 내놓은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은 '분할 또는 합병'이 아닌 자구안 실행을 통한 자체적인 위기 극복이다. 조선 3사로부터 10조원(비상 상황 포함 16조원) 규모의 자구안 계획을 받아본 뒤, "일단 빅3를 살려 놓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예상보다는 '저강도' 구조조정이다. 일부에서는 전 세계적인 조선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를 사업 부문별로 통폐합하는 등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은 1980년대 조선사를 대거 문 닫게 한 일본식(式)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1980년대 일본은 60개이던 조선사를 20개까지 줄였는데 이후 조선업 호황이 왔을 때 한국에 일방적으로 밀리게 된 원인이 됐다"면서 "정부는 일단 국제 경쟁력을 지키고자 조선사 생존 카드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3사, 10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


    조선 3사가 내놓은 자구안 규모는 총 10조3500억원 규모이다. 수주가 전망치보다 더 나빠질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까지 합치면 15조9000억원 규모다〈표 참조〉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 14곳 모두 매각, 특수선 사업 부문(방위산업)의 일부 지분 매각, 선박 건조장(독) 2개 축소 등 생산 능력 30% 감축, 인건비 20% 축소 등을 통해 3조5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해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제출한 1조8500억원의 자구 계획과는 별도다. 여기에 수주 급감이 오래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2조원의 자구안까지 감안하면, 이 회사가 마련하겠다고 한 현금은 총 7조3500억원 규모다.


    앞서 정부에서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승인받은 현대중공업은 이날 비상시에 3조6000억원 추가 자구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미 승인받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우리 조선업 경쟁력이 세계 1위인 점을 고려한 정부가 무조건 덩치를 줄이기보다 2010년 초호황기에 맞춰져 있는 과잉 설비와 인력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선에서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안 기준에 경영 상태가 나은 다른 조선사들도 맞추도록 한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은 균형감을 잃은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성동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은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 대응 능력) 결과를 토대로 시설·인력 감축 등 강력한 자구 계획을 실행하되 전체적으로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조선협회 주관으로 업계 공동 컨설팅을 해 그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 논란


    그러나 정부 방안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날 정부가 조선 3사의 자구안을 승인한 근거는 수주 전망치다.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3년간 연평균 81억달러(과거 6년 평균치의 66%), 현대중공업은 156억달러(85%), 삼성중공업은 55억달러(50%)를 수주한다고 보고, 10조원 규모의 자구안이면 견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증권가에서는 수주 전망치를 과거 6년 평균치의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의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은 각 조선사에서 자구안을 받아 승인하는 게 아니라 인수·합병 등 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 발표에서는 조선업 경쟁력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큰 그림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