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상장 직후 '대박' 잇따라... 하반기엔 大魚급 줄줄이 대기

    입력 : 2016.06.09 09:19

    [돈 좀 법시다]
    상장종목 15개… 3배 늘어, IPO 시장 올 들어 더 후끈


    - 청약 시장에 몰리는 투자자들
    유니트론텍 경쟁률 1113대1 기록, 안트로젠 1443대1·팬젠 1073대1


    - 상장 15개 종목 중 12개가 올라
    큐리언트 152%·한솔씨앤피 50%↑ 해태제과식품도 142%나 올라


    - 하반기엔 대기업 상장 러시
    호텔롯데·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IPO 사상 최대치 이를 것"


    - 청약 과열 따른 거품 우려
    "기업들 공모가 지나치게 높이면 결국 투자자 손해로 이어질 것"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올해 들어 더욱 뜨거워졌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15개로, 작년 같은 기간(5개)의 3배로 늘었다. 통상 IPO는 연말로 갈수록 급증하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도 꾸준했다는 뜻이다. 작년 12월 집중 상장을 피해 올봄으로 상장을 미룬 기업들이 여럿 있었던 데다 거래소가 팔을 걷어붙이고 상장 유치에 뛰어든 효과도 컸다.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IPO는 더 활발해졌다.


    투자자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지지부진한 증시에도 공모주(株) 주가는 상장 직후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초 증시 급락에도 1~2월 공모주들은 선전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1월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관련 기업 유니트론텍의 청약 경쟁률은 1113대 1에 달했다. 2월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업체 안트로젠은 청약 경쟁률 1443대 1에 청약 증거금으로 2조4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이 밖에 코스닥시장의 팬젠과 큐리언트가 각각 경쟁률 1073대 1, 959대 1을 기록했고, 유가증권시장의 제이에스코퍼레이션(478대 1), 해태제과식품(265대 1), 용평리조트(291대 1)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15개 종목 중 12개 올라… 해태제과식품 '대박'


    올 상반기 기업공개를 거쳐 상장한 종목들은 주가 흐름이 좋다. 8일 기준으로 15개 기업공개 종목 가운데 12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올랐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해태제과식품이 단연 돋보인다. 해태제과식품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1만2300~1만5100원)의 상단인 1만5100원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상장 직후에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5거래일째이던 지난달 17일 장중 6만8000원, 종가 6만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이후 조정을 거쳐 3만600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142%다. 또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용평리조트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38% 뛰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의약업체 큐리언트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공모가 2만1000원이었던 큐리언트의 현재 주가는 5만2900원으로 상승률이 152%에 달한다. 이 밖에 유니트론텍도 현재 주가가 공모가(1만4000원) 대비 86% 높은 2만6000원이고, 한솔씨앤피와 크리스탈신소재도 5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상장 직후 공모주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시장은 나빠도 공모주는 오른다'는 인식까지 퍼졌다. 이로 인해 상장 후에도 투자자들이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상승 폭이 더욱 뚜렷해졌다.


    하지만 올 상반기 공모주라고 해서 연전연승을 거둔 것은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의 대림씨엔에스와 코스닥시장 AP위성통신, 레이언스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작년 상장한 73개 종목 중에도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약 40%에 달한다. 세화아이엠씨는 주가가 반토막 났고, 더블유게임즈도 -37%다. 가격 상승 종목에 비해 눈에 잘 안 띄었을 뿐 공모주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도 많았다는 뜻이다.


    ◇하반기 대어급 줄줄이 상장… IPO 역대 최고 전망


    통상 기업들은 7월 반기보고서가 나온 뒤 상장을 추진하기 때문에 IPO는 하반기에 몰린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호텔롯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당초 이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다 '정운호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호텔롯데는 일정을 연기해 다음 달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 희망가를 기준으로 한 공모 규모는 5조원대에 달해 2010년 삼성생명의 기록(4조8880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으로 행선지를 바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1월 상장이 목표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 향후 5년간 높은 매출·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라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 밖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 셀트리온 제품의 글로벌 판권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도 하반기 국내 증시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25개, 코스닥시장에 140개 기업이 상장해 IPO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가 잘 판단하고, 공모주 펀드는 자산배분 수단으로"


    IPO 시장이 커진 만큼 공모주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상장 문턱을 낮춘 뒤 완화된 요건으로 증시에 진출하는 기업이 대폭 늘었다. 같은 상장사라고 해도 기업 간 성장성이나 재무 안정성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각 종목 주가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른바 '인기 종목'에만 투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반기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또 공모주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모가에 거품이 낄 경우, 주가 급락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상장 추진 기업과 상장 주관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이면 결국 투자자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직접투자)이 아닌 공모주 펀드, 공모주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간접 투자)도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는 기업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고 높은 청약 경쟁률로 공모주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없어 펀드 투자가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1%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