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온·오프라인 따로 있나... O2O 뛰어드는 대기업

    입력 : 2016.06.08 09:56

    [새 먹거리 찾아…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확대 경쟁]


    카카오·SK플래닛 등 IT업체, 대리운전·미용실 서비스 이어 청소·세탁·음식배달 등 선보여
    신세계·신한카드도 영역 확장… 쇼핑·교통·여행·식사 등 간편 결제 서비스 상품 출시
    서비스 수준 높이는 측면 있지만 소상공인·스타트업엔 위기로


    대기업들이 IT(정보기술)에 기반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O2O·online to offline)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예전엔 동네 가게에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주문해야 했던 서비스들을 스마트폰·PC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O2O다.


    카카오가 대리운전과 미용실 예약 서비스에 이어 가사 도우미, 주차장 서비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SK그룹 계열사 SK플래닛은 온라인 쇼핑몰처럼 동네 세탁소와 청소 업체, 인테리어, 먹거리 배송 업체들이 입점하는 포털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회사인 신한카드도 자체 결제 서비스 '신한판페이'를 이용해 대리운전과 꽃배달,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으로 발을 넓히는가 하면, 유통 대기업 신세계도 'SSG페이'를 이용한 O2O 서비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IT 대기업들, "새로운 먹거리 찾는다"


    O2O에서는 IT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출시한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택시'에 이어 지난달 말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다음 달에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 헤어샵'도 선보일 계획이다. 자(子)회사인 하시스에 등록된 9800여개 미용실을 활용한다. 또 집 안 청소, 빨래 등을 돕는 가사 도우미 출장 서비스인 '카카오 홈클린'(가칭)과 주차장 예약 서비스 '카카오 주차'도 하반기 중 선보인다. 그 외에도 자동차 수리,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O2O 서비스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은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11번가'를 통해 O2O 사업을 키우고 있다. 11번가에 '생활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청소·세탁·세차·옷 수선 등 집안일부터 셔츠·구두 맞춤 제작, 배달 음식 주문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O2O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도 대거 들어왔다. 이 회사는 식당 예약·결제 서비스 '시럽 테이블'과 전자 지갑 서비스 '시럽 월렛'도 내놨다.


    네이버도 동네 오프라인 매장의 제품을 스마트폰·PC로 주문·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쇼핑 윈도'로 O2O에 진출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6000여개 매장과 연결해 100만여개 물품을 판매 중이다. 네이버는 카카오 헤어샵과 비슷한 미용실 예약 서비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금융업체들도 온라인으로 영역을 발빠르게 넓히고 있다. 신세계는 간편 결제 서비스인 'SSG 페이'를 출시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백화점 매장과 여기서 판매되는 상품 사진을 그대로 스마트폰 속으로 옮겨 놓은 '샤벳'이라는 앱(응용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GS리테일·교보문고·SPC그룹 등 18개사(社)와 손잡고 교통, 여행, 식사 등을 신한판페이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소상공인·스타트업, "상생 방안 마련해야"


    대기업들의 O2O 시장 진출은 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다. 자금력과 관리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서비스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측면도 있다.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일반인들의 사용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대리운전 기사나 가사 도우미처럼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 드라이버의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보험료를 카카오에서 대신 내주고 대리운전 수수료도 업계 최저 수준(20%)만 내면 된다.


    반면 시장이 독점화되면서 서비스 이용 가격이 올라가고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미용실 예약 서비스 업체인 헤이뷰티 임수진 대표는 "(대기업의 진출은) 산업 자체에 대한 홍보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금을 가진 대기업이 들어오면 스타트업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 역시 "독점 시장을 구축하려는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존 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이 뛰어들면 O2O 시장에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시장의 파이가 확실히 커진다"면서 "하지만 먼저 진출해 있던 스타트업들을 말살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상생·보호 장치가 사회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