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부실기업 20개 인수... "SPP조선도 사겠다"

    입력 : 2016.06.07 09:56

    [미래를 여는 한국 新기업] [4] 계열사 30여개 키운 SM그룹


    - 건설에서 번 돈으로 기업 인수
    벡셀·경남모직·남선알미늄·우방 줄줄이 계열사 편입해 흑자 전환
    인수한 기업 직원 사기가 중요… '인력 감축 없는 인수'가 持論
    "SPP조선 선박 금융 해결되면 3200명 직원·회사 살릴 수 있어"
    "물고기 잡을 능력 없는 자식에겐 경영권 안 넘겨"


    "쓰러진 회사를 다시 좋게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먹고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20여년 동안 이렇게 30여개 기업이 한가족이 됐습니다."


    SM그룹의 우오현(63) 회장은 6일 서울 영등포 본사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끊임없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0·90년대 30대 그룹에 들었다가 몰락했던 TK케미칼(옛 동국무역)과 대한해운도 지금은 SM그룹 계열사로 들어와 탄탄한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려야지, 청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동안 경영난에 시달리는 20개 기업을 사들여 대부분 1~3년 안에 흑자 전환했다. SM그룹은 현재 총 자산 4조7000억원에 매출 2조4500억원, 순이익 1900억원을 내는 기업집단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우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처럼 부도가 났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부실기업을 인수해 흑자(黑字) 기업으로 만들며 그룹을 키웠다. 1988년 전라도 광주에서 삼라건설을 창업해 건설 사업으로 번 자금을 바탕으로, 2004년에 진덕산업을 인수했고 이후 매년 한두 개씩 기업을 사들였다. 벡셀·경남모직·남선알미늄·우방과 같이 예전 우리나라 각 제조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줄줄이 계열사로 편입했다. 올해엔 자동차 와이퍼 제조업체 ADM21과 성우종합건설 등 2곳을 인수했고, 법정관리 중인 동아건설의 채권단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인수한 기업들은 대부분 1~3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M그룹은 현재 총 자산 4조7000억원에 매출 2조4500억원, 순이익 1900억원을 내는 기업집단이다.


    SM그룹이 인수한 기업 중엔 국내외 사모펀드나 기업들이 모두 손사래 쳤던 기업도 적지 않다. 2년 전 2150억원에 인수한 대한해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2대 벌크선(원목·철광석·곡류 등 대량 화물을 나르는 선박) 업체인 대한해운은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작년 매출 5317억원에 영업이익 860억원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우 회장은 인수하는 기업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이유를 묻자, "부실기업도 잘 살펴보면 어려운 환경 탓에 일시적으로 망가졌을 뿐, 버티고 정상 궤도에만 올려놓으면 금세 수백억~수천억원씩 매출을 낼 기업이 많다"며 "그런 기업을 실패 위험성 때문에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우 회장이 기업 인수 후에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직원들의 사기(士氣)다. 그래서 '인력 감축이 없는 인수'가 그의 지론(持論)이다. "어려움을 겪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사심(愛社心)이 각별합니다. 그런 마음을 잘 보듬어 주면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나보다도 더 열심히 일합니다."


    그는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내린 첫 결정이 10여명의 계약직 여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계약직들이 정규직으로 바뀌고 월급도 늘자 새벽에 회계 학원까지 나가면서 회사 일에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경영자로서 더 중요한 것은 부실기업을 반짝 회생시키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TK케미칼은 작년 흑자를 내긴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 그는 "화학섬유로 연간 1조원 매출을 올리지만 지금은 업황이 안 좋은 시기"라며 "건설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불황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SM그룹은 최근 중견 조선업체인 SPP조선의 사천조선소 인수에 나섰다. 올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지난달 말 채권단과 본 계약이 결렬됐다.


    현재 SPP조선은 조만간 재매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일부에선 매각이 아닌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인수를 포기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매각 금액 차(差) 때문에 결렬됐다고 알려졌는데 진짜 쟁점은 '선박금융'이었어요. 선박금융만 해결되면 바로 인수하고 3200여명의 직원(협력사 포함)들과 SPP조선을 살릴 수 있어요."


    현재 SPP조선은 이란의 선박회사로부터 10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나 선박 건조를 담보로 제공하는 금융 지원이 안 돼 인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다들 힘을 합쳐 살려야지, 회사를 없애는 청산은 안 된다"고도 했다. 우 회장은 "2020년까지 현재 130%인 부채 비율을 '제로(0)'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부실 걱정 없는 탄탄한 기업 집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980년대 30대 그룹 중 살아남은 곳을 꼽아보니 27%에 불과했어요.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재무적으로 건실해야 합니다."


    그는 "기업 경영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남 4녀 중 두 딸이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더 지켜보고 '물고기를 잡을 능력'이 없다면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을 생각이에요. 물려줬다가 행여 부도나면 형무소에 가야 하는데 자식에게 그런 위험을 남겨줄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