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한국형 헤지펀드... 치열해진 수익률 경쟁

    입력 : 2016.06.07 09:19

    [출범 첫해 규모의 약 25배 성장]


    설립 요건·최소 가입액 완화 영향, 올 들어 투자액 2조원 가까이 늘어
    공모주·신생 펀드 성과 돋보여


    올 상반기 재테크 시장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의 급성장이 화제였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이 요동쳐도 연 7~10% 꾸준한 수익을 내는 걸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연초부터 증시 침체로 공모펀드는 외면받았지만, 소수(49인 이하) 투자자들이 최소 1억원 이상씩 투자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투자액이 급속하게 불어났다.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탄생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설정액이 올 6월 1일 기준으로 5조1547억원까지 늘었다. 2011년 말(설정액 2000억원)에 비해 규모가 약 25배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작년 말 46개에 불과하던 펀드 수는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69개(150%)나 늘었다. 올해 늘어난 투자액도 1조8000억원이나 된다. 이런 성장세는 작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완화되고, 투자자 최소 가입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진 영향이 컸다.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은 매우 치열해졌다.


    ◇공모주 펀드·신생 펀드 '약진'


    현재 총 115개인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6월 1일까지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66개(57%)였다. 그중에서도 공모주 관련 펀드와 신생 펀드가 돋보였다.



    연초 이후 수익률 1·2위는 타이거자산운용의 '타이거0212공모주'(수익률 18.58%),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파인밸류IPO플러스'(14.67%)가 차지했다. 이 펀드들은 IPO(기업 공개)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상품이다. 타이거공모주펀드는 자산 100%를 공모주 청약에 넣는다. 파인밸류IPO펀드는 IPO 관련 주식에 최대 70%를 투자한다. 상반기 지지부진한 증시에도 공모주 시장의 열기만큼은 뜨거워 이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신생 펀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9개는 작년 12월 이후 설정된 펀드다. 2014년 5월 나온 '안다 크루즈'만 9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 나머지는 모두 출시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신생 펀드들이다.


    특히 '은둔의 투자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의 '디에스(DS) 수(秀)', '디에스(DS) 지(智)'가 수익률 3위(12.03%)와 6위(8.21%)를 차지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히또'도 8.54% 수익률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말 이후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DS와 라임은 새 펀드를 출시할 때마다 단기간에 100억원 이상씩 끌어모으고 있다.


    설정액 1500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 9개는 연초 이후 평균 2.66% 수익률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설정액이 가장 큰 안다 크루즈(2879억원)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5.73%인 데다 설정 이후 2년간 수익률이 39%에 달했다. 이 밖에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2738억원), 하이브리드(2695억원) 등도 3~4%대 수익률로 선전했다.


    ◇소액 투자자도 헤지펀드 투자 가능


    수익률 경쟁 속에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내년에 7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헤지펀드 판매 대행만 해온 증권사들이 오는 8월쯤부터는 직접 펀드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또 여러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 도입으로 이르면 12월부터 투자액 500만원 정도의 소액 투자자들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도 많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펀드 운용자와 투자 전략, 환매 조건 등의 정보를 숙지해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며 "보통 헤지펀드는 일반 공모 펀드에 비해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데다 수수료가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