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說... 구조조정 경쟁 치열

    입력 : 2016.06.03 09:37

    - 자금력 앞서는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 급진전에 8000억원 채무 재조정 성공후 해운동맹 가입 가능성 높아져


    - 영업력 앞서는 한진
    아시아~미주 항로 점유율 4위, 작년말까지 6분기 연속 흑자
    용선료 협상만 잘되면 회생 물꼬


    현대상선은 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해운동맹인 'G6' 일부 회원사를 개별 접촉해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타진했다. 80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고 해외 선주(船主)와 용선료 인하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운동맹 가입까지 성사시키기 위해 본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같은 날 한진해운은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한진해운은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3개월 연장하기 위해 오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이런 채무 재조정을 통해 자금 운용의 숨통을 틔운 뒤 용선료 인하와 출자전환 등의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2일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정례 회의를 마친 G6 해운동맹 관계자들이 지하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G6 회의는 회원으로 가입된 6개 해운사가 운항 노선 편성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연정 객원기자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진행 중인 국내 양대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나오면서, 두 회사 간의 '구조조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이 해운업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두 회사가 실제 합병되면 재무 건전성이나 영업력 등을 평가해 한 회사가 실질적 경영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은 현대상선, 영업력은 한진해운 우위


    해운업계에선 자금력에선 현대상선, 영업력에선 한진해운이 한발씩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갈 때만 해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외 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에 착수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채권단으로부터는 "용선료 협상이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압박을 받았다. 더구나 지난달 초 새롭게 결성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한진해운이 포함된 반면, 현대상선은 제외되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용선료 인하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영국 선주 조디악 등이 용선료 인하에 원칙적으로 동의했고, 현대상선은 곧이어 8000억원의 채무 재조정에도 성공했다. 또 내년 새롭게 출범하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채권단이 약속했던 7000억원 출자전환만 완료되면, 작년 말 1565%이던 부채비율이 200%로 떨어져 '클린 컴퍼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영업력을 회생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진해운은 아시아~미주를 오가는 동서 항로에서 점유율 세계 4위, 아시아~유럽의 구주 항로에선 점유율 세계 5위에 올라 있다. 특히 해운업 불황에도 지난해 연말까지 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부족한 실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벌크선 사업부 매각과 일부 해외 부동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이 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외 선주에게 용선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선박이 억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외 주요 지역에 터미널을 갖고 있고, 주요 노선의 경쟁력이 충분해 용선료 협상만 잘되면 영업력을 금방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성공 땐 정부도 선박펀드로 양사 지원


    정부도 두 회사의 회생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우선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측면 지원 중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한국 선사(船社)의 얼라이언스 편입을 도와달라'는 서한을 해외 선사들에 보내는 등 공을 들였고, 해외 선사도 긍정적 답변을 보내왔다. 정부 관계자는 "하팍로이드, MOL, NYK는 이미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편입을 지지하기로 입장 정리가 거의 끝났다"며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잘 마무리하면 다른 회원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운사들이 자구 노력을 끝내면 '선박 펀드' 등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해운도 부채비율을 400% 아래로 떨어뜨린다면 선박 펀드를 통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는 "외국 해운사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하면, 두 회사의 합병도 고려할 만하다"며 "이 과정에서 두 해운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훼손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