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빨간불... 4월 경상흑자 '3분의 1 토막'

    입력 : 2016.06.02 09:46

    [경상수지 흑자 33억달러… 2년 3개월 만에 최소]


    - 수출 19% 줄어, 수입 감소폭보다 커
    디스플레이패널 수출 37% 급감, 가전 25%·승용차 18% 줄어
    4월 산업생산도 석달만에 마이너스
    경기 둔화로 세계 무역 축소
    중국 등 경쟁국에 추격 당해 1분기 한국 수출 13% 줄어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4월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감했다. 기간산업인 조선·해운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수출 지표에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33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는 3월의 흑자 규모(100억9000만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고, 작년 4월(77억3000만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4년 1월(18억7000만달러)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4월에 수출은 전년 대비 19.2% 감소해 수입 감소폭(-18.7%)보다 컸다. 특히 주력 품목 수출이 일제히 악화됐다. 디스플레이패널 수출이 전년보다 37.0% 급감했고, 가전제품(-25.0%)·승용차(-18.3%)·정밀기기(-16.5%)·철강제품(-13.9%) 등이 두 자릿수로 줄었다.


    수출 부진의 여파로 산업 생산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국내 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8% 줄어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조선소 수주 잔량이 급감하면서 조선업이 90%를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생산이 전월 대비 12% 줄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세계 무역이 축소되는 가운데 중국 등 경쟁국들에 추격당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외 여건이 당분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 수출 체질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세계 무역 축소로 한국 수출도 급감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1분기(1~3월) 세계 71개국 간의 무역액은 6조9450억달러(약 8216조원)로 전년 동기(7조5260억달러)보다 7.7%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세계 무역액이 6조달러 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6조4480억달러) 이후 6년 만이다.



    세계 수출에서 3.5%를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한국은 세계 무역이 위축되는 영향을 즉각 받는다. 1분기 한국의 수출 감소폭(-13.3%)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14.4%)·인도네시아(-14.0%) 다음으로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16일에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세계 무역의 회복이 지연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각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이 커지고 글로벌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세계 무역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무역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는 경기 변동과 상관없는 구조적 요인이어서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전처럼 무역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에 쫓기고, 중국 안에서도 고전하고


    위축되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쫓기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05~2014년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7.6%에서 13.3%로 5.6%포인트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2.9%에서 3.3%로 0.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자·기계·석유화학·철강금속 등 4대 주요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의 경우 2005~2013년 우리나라의 세계 점유율은 9%에서 11%로 높아졌지만 중국은 5%에서 20%로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 수출 물량의 26%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중국에서도 한국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특히 수출에서 소비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중국의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469억달러 흑자를 냈지만, 소비재 부문에선 오히려 122억달러 적자를 냈다.


    ◇저유가로 산유국 소비 줄고, 석유화학 수출 감소


    저(低)유가는 중동·중남미 등 원자재 수출국의 소비력을 낮춰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31일 현재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49달러로, 26달러까지 떨어졌던 연초보다는 개선됐지만 60달러를 웃돌던 작년 5~6월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낮다. 1분기 우리나라의 중남미·중동에 대한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30%·22% 줄어 주요 지역 중 감소폭이 제일 컸다. 또한 석유화학 업종도 저유가로 수출단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분기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보다 30% 줄어 디스플레이패널(35%)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대기업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탄탄한 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수출 대상 지역도 중국 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