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 등판하는 라인, 예상 몸값은 6조5000억

    입력 : 2016.06.02 09:37

    [오늘의 세상]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내달 도쿄·뉴욕증시 동시 상장 예정


    日·태국·대만의 국민 메신저 - 日언론 "시총 6000억엔" 전망
    넥슨 상장때보다 가치 높아… IT 기업의 세계 진출 새 이정표


    16년간 밀어붙인 이해진의 집념 - 2000년 '한게임재팬'으로 日상륙
    한때 고전… "백지서 다시 시작" 라인, 회원 6억명에 매출 1조원


    네이버가 지분 100%를 소유한 일본 내 자회사 '라인주식회사'가 이르면 7월 도쿄(東京) 증권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된다. 라인주식회사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운영하는 회사다.


    라인 메신저는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세계 시장에선 미국 왓츠앱, 중국 위챗 등 쟁쟁한 서비스와 경쟁할 정도다. 일본·태국·대만에선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으며 '국민 메신저'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2011년 12월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 이후 두 번째다. 라인은 도쿄 증시 상장과 동시에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 인터넷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새 이정표가 서는 셈이다.


    ◇기업 가치 6조원…넥슨 기록 뛰어넘어


    일본 라인 고위 관계자는 1일 "올해 7월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 거래소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이날 "라인주식회사가 7월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곧 거래소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는 당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대주주에게 1주당 10배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적용을 요구했으나 도쿄 증권거래소 측의 반대로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이러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


    라인주식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6000억엔(6조5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이는 2011년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의 당시 시가총액 5560억엔을 뛰어넘는 것이다. 아사히는 "라인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증시에서 거래하는 식의 상장 방식이 유력하다.


    라인주식회사의 주력 사업은 라인 메신저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출시돼 주로 해외에서 성장해 왔다. 지난 3월 말 기준 월평균 이용자는 2억2000만명이다. 미국 페이스북의 '왓츠앱'(9억명)과 중국 텐센트의 '위챗'(5억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일본(6800만명), 태국(3400만명), 대만(1700만명)에선 1위이고, 미국(2500만명)과 스페인(1800만명)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07억엔(1조30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부분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하는 그림)과 게임, 음악 등 콘텐츠 판매 수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라인주식회사는 이번 상장으로 최대 3000억엔(3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이 자금을 라인의 사업 다각화와 인수·합병에 투자할 예정이다. 라인은 태국에서 배달 서비스 '라인맨'을,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업체 '고젝'과 손잡고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지화를 통한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해진의 집념…日 진출 16년 만의 성과


    네이버가 라인의 기업 공개를 추진한 것은 2014년부터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한게임재팬'으로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따지면 16년 만의 성과"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당시 '네이버 재팬'이라는 브랜드의 포털 사이트를 열고 일본 검색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가 2011년 우연찮게 탄생한 것이 라인 서비스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대지진 때 일본에 남은 직원들이 두려움 속에 회사에 남아 같이 밤을 보내면서 만든 것이 라인"이라며 "라인에는 직원들의 절박감과 혼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후 라인 메신저를 앞세운 해외 진출 전략을 펼쳐왔다. 이해진 의장이 "기존의 모든 걸 잊고 백지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독려했다. 라인을 앞세워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공략하면서 2011년 2995억원이었던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73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태국과 대만에서는 라인이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이자, 콘텐츠 유통망이 됐다.


    네이버 채선주 부사장은 "네이버 해외 매출의 대부분이 라인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라인은 네이버의 신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