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대 분양 호재... 덩달아 신난 관련업계

    입력 : 2016.06.02 09:23

    레미콘·철근·시멘트 업체들 폭발적 수요에 영업이익 껑충
    유리·페인트·인테리어는 물론 가전업계도 모처럼 즐거운 비명
    "내년 이후엔 새 동력 찾아야 "


    국내 레미콘업계 1위인 유진기업의 재무 담당자는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영업이익이 112억원으로 나온 것. 작년 대비 680% 늘어난 것이다. 몇 차례나 숫자를 다시 확인했지만 그대로였다. 임진택 유진그룹 홍보팀장은 "작년에 아파트 분양이 급증하면서 레미콘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곳곳에서 난리"라고 말했다.


    작년 이후 아파트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연관 산업에도 후광(後光)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신규 분양 물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아파트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레미콘 등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관련 업체들은 실적 호전으로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쏟아지는 분양… 시멘트·철근 최대 수혜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는 총 52만여 가구였다. 2014년(34만여 가구) 대비 52%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수도권은 120% 증가한 27만여 가구, 지방도 울산·충북·경북 중심으로 14.5% 증가한 25만여 가구가 쏟아졌다.



    올해는 더 많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는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을 총 17만여 가구로 예측했다. 작년 상반기(14만여 가구)보다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파트 분양 시장 활황의 대표적 수혜 업종은 철근과 시멘트다. 올해 1분기 철근과 시멘트 출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1%와 13% 늘었다. 업체들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철근 전문 생산업체인 대한제강과 한국철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630%, 422% 증가했다. 국내 1위 시멘트 업체인 쌍용양회도 작년 영업이익이 35.9% 늘었다.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시멘트도 작년 1분기 적자에서 올 1분기엔 영업 흑자로 전환했고, 작년 9월까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했던 동양시멘트도 1분기 영업이익이 1714% 늘었다.


    레미콘업계의 경영 실적도 급등했다. 유진기업과 아주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각각 31.4%와 49% 늘었다. 아주산업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90%를 넘었다.


    ◇건자재도 호황… 일자리도 늘어


    아파트 현장의 지반(地盤) 기초 공사에 사용되는 콘트리트파일(말뚝) 제조업체인 대림C&S와 동양파일도 올 1분기 50%를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리 제조업체인 한국유리공업의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770억원이었다.


    분양 호황은 중국 경기침체 등으로 부진을 겪던 일부 업종에도 온기(溫氣)를 불어넣고 있다. 건축자재업체인 LG하우시스는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을 국내 인테리어 자재 공급으로 메웠다. 1분기 영업이익이 28.3% 늘었다. KCC 역시 조선·자동차용 페인트 판매 부진에도 영업이익은 26% 확대됐다.


    건설현장에서는 인력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A인력사무소는 1주일에 4일 정도는 건설 현장에서 요구하는 만큼 인력을 대주지 못한다. A인력사무소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우리가 건설업체에 사과해야 할 일이지만, 요즘엔 현장이 많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특수(特需)를 노리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파트나 원룸에 필요한 빌트인(붙박이) 제품 수요를 겨냥해 아파트 시공사와 원룸 건물주는 물론이고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상대로 치열한 영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호황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 후방업체들의 폭발적인 실적 호조가 내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건설 연관 산업도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