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야 비용 줄이는 海運... 5년 불황 버텨낼 '덩치' 키워라

    입력 : 2016.05.31 09:46

    [해운업 구조조정의 3대 과제]


    ① 해운사 규모를 키워라
    향후 5년간은 업황 회복 힘들어… 각국 해운사 앞다퉈 M&A 추진
    ② 대형 컨테이너선 늘려라
    연료효율 높아 수송價 30% 절감… 작은 배로는 경쟁력 확보 못해
    ③ 금융분야의 지원 강화
    '선박펀드'가 배 만들어 빌려주면 해운사도 좋고 조선업에도 도움


    "최소 5년간은 불황이 이어진다."


    지난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글로벌 해운산업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BCG는 "향후 5년간 세계 해운업 성장률은 2.7~4.1%이며, 예년 평균 수준인 5% 성장률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병남 BCG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나라도 5년 불황을 전제로 해운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불황을 겪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공통적인 구조조정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 간의 용선료 협상 타결이 임박한 30일, 현대상선 직원들이 컨테이너선 모형이 전시된 서울 종로 현대상선 본사 로비를 지나가고 있다. /주완중 기자


    국내 양대(兩大) 해운사가 모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하는 등 해운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해운업은 조선·보험·금융 등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큰 데다 국내 5대(大) 수출산업 중 하나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주력산업실장은 "평상시에는 LNG(액화천연가스), 철광석, 원유 등 국가 전략 물자 수송을 담당하고, 유사시에는 전쟁 물자 수송까지 담당하는 해운업은 국가 방위산업의 범주에 든다"면서 "특히 국적(國籍) 해운사가 무너지면 부산항 등의 항만 경쟁력까지 같이 쇠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타결하면서 첫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 정상화까지 가야 할 길은 첩첩산중이다.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의 방향을 짚어본다.


    ①船社 덩치를 키워라


    최근 글로벌 해운 업계의 최대 화두는 회사 규모 키우기 경쟁이다. 작년 연말 세계 3위인 프랑스 CMA가 24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 최대 해운사 넵튠 오리엔트 라인스(NOL)를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원양운수(COSCO)는 중국 차이나시핑(CSCL)의 컨테이너 부문을 사들였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글로벌 순위는 각각 8위와 15위다. 두 회사가 당장 합병해도 글로벌 7위권밖에 안 되지만 이마저도 못한다면 경쟁력은 더욱 뒤처진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는 "불황 속에서 유럽과 중국, 일본의 해운사들이 잇따라 '짝짓기'에 나서는 것은 불황 장기화에 대비,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두 회사 합병에 대해 "두 해운사 간 노선이나 선박 규모를 고려하면 시너지가 별로 없다"는 반론도 있다.


    ②선박 대형화로 경쟁력 높여라


    선박의 대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연료 효율이 높은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면 수송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이 불황을 겪자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아시아 해역'에까지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송 원가가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30% 정도 낮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선박의 대형화 경쟁력에서 한국 해운사들은 한참 뒤처져 있다. 1만4000TEU(6m 길이의 컨테이너 한 개)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가 28척, 2위 MSC는 24척, 4위인 중국의 COSCO도 13척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선사들은 단 한 척도 갖고 있지 않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수송 시간을 비롯한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신형 대형 컨테이너선의 확보 여부가 해운사 경쟁력의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③선박펀드 등 금융의 지원 역할 강화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 후 금융 분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생 지원 방안으로 12억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안을 내놓았다. 이 펀드로 가장 경쟁력이 높은 1만4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0여 척을 건조한 뒤 두 해운사에 빌려줘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2000%, 840%인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하명신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획기적인 금융 지원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일본 조선업은 최근 자국 해운업이 선박을 발주하는 것을 바탕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우리 해운업 구조조정도 조선업 등 연관 산업의 미래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사가 경쟁력을 회복, 선박을 대거 발주할 경우 '수주 절벽'에 빠진 조선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