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한진해운 용선료 1100억 연체

    입력 : 2016.05.26 09:31

    내달 2000억원대까지 늘 수도
    용선료 연체로 선박 압류되면 해운동맹서 퇴출당할 위기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성공 땐 한진해운보다 유리해질 가능성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1100억원이라는 거액의 용선료(선박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선료 연체로 선박이 압류되면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양대 해운사(한진해운·현대상선) 구조조정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한진해운 용선료 연체 6월엔 2000억원대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체납한 선박 용선료가 다음 달엔 2000억원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선박 151척(컨테이너선 100척·벌크선 51척, 4월 말 기준)을 운항하고 있다. 이 중 해외 선주로부터 빌린 선박이 91척(컨테이너선 63척·벌크선 28척)으로, 올해 지불해야 하는 용선료가 9288억원에 달한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 등은 "한진해운이 캐나다 선주사인 시스팬에 컨테이너선 3척의 석 달치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8억원)를 연체 중"이라고 했다. 항만 사용료, 유류비 등 밀린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다음 달 각종 연체 대금이 3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용선료가 체납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갚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 퇴출될 수도


    용선료 연체가 지속되면 한진해운의 생존 확률이 현대상선보다 낮아질 수 있다. 선박 압류와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 퇴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4대 해운동맹인 CKYHE의 일원으로, 내년에는 새로 개편된 해운동맹 '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용선료가 연체되면 선주들이 법원에 선박 압류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는 여러 선사가 공동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치명적 결함"이라며 "압류가 계속되면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아도 동맹 일원으로서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법정관리 중이던 당시 STX 팬오션도 용선료 연체로 수차례 해외에서 선박이 억류되기도 했다.


    해운동맹을 통한 사업기반 유지는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함께 채권단이 제시한 자율협약의 조건이기도 하다. 하나라도 무산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반면 현대상선은 2~4월 밀린 용선료를 대부분 갚고,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못난이 경쟁


    용선료 연체라는 새로운 돌발변수가 불거지면서 해운 구조조정은 한결 복잡해졌다. 해운업 구조조정 목소리가 커진 지난 1년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악재(惡材)를 쏟아냈다.


    먼저 문제아로 부각된 건 현대상선이었다. 작년만 해도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순위와 부채비율에서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3월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상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현대증권을 팔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4월이 되자 '한진해운 위기론'이 불거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했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하지만 5월에는 다시 양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양대 동맹 체제로 재편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새로 구성 중인 제3 해운동맹에 한진해운은 참여가 결정됐지만 현대상선은 탈락했다. 재편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12월 유동성 문제로 동맹 간 선박 사용료를 연체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6월 초 양사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본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먼저 성과를 내고, 내달 초 해운동맹 'G6' 회의에서 해운동맹 재가입 가능성을 높이면 향후 구조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입지에 설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늦어지면 국적해운사 2개를 다 잃을 수도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구조조정을 통해 해운사가 하나라도 살아남아서 기존의 물동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