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ontological) 질문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6.05.25 10:24

    사진=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여러분은 왜 지금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나요?"


    얼마 전 대학원 리더십 수업에서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불현듯 던진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학위를 받고 자기계발을 위해서요." "기업가 리더십을 배워서 구성원들을 잘 이끌어 기업성과를 높이려고요." "기업 CEO로서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서요." 대략 이런 답변이 나올 것을 예상했고, 학생들은 비슷한 내용의 답변을 했다. 대학원을 다니고 교육을 받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할 것이다. 이날 교수의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질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도였던 것 같다.


    우리는 평소에 '현상적(contextual) 질문'에 익숙해져 있다. 예를 들면 '대학을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취업을 잘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이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들을 말한다. 몇 해전 리서치업체인 닐슨컴퍼니 코리아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현상적 질문인 '대학 진학의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53.8%)'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18.1%)'와 같은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원하는 학문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은 17.9%에 그쳤다. 애초에 대학을 세울 때 설립자들의 목표가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게 하거나 취업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물론 일부 기능대학들은 취업이 목표일 수 있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답변들이 나오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 동안 우리는 현상적 질문에만 익숙해져 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본질적(intrinsic)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본질적 질문은 바로 '존재론적(ontological) 질문'을 말한다. 앞서 교수가 질문한 '우리는 왜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예를 더 든다면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 교육은 무엇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와 같은 것이 바로 존재론적 질문이다. 존재론적 질문에 대해서는 삶의 본질적인 사명(使命)이나 미션(mission)을 생각하게 되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된다.


    영국 정부는 '영국의 국가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모든 어린이와 청년들이 그들의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가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은 "교육의 수월성과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학생의 성취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들 모두 국가가 어떤 사명을 가지고 왜 교육을 하는 지에 대해 명확한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렇듯 존재론적 질문은 결국 사명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다. 개인이라면 '나는 누구이고, 내가 왜 존재하며,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고, 나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업 CEO라면 '내가 왜 회사를 창업했고, 왜 이 사업을 하고 있으며, 왜 이 회사가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나는 왜 대통령이 됐고, 이 나라에 왜 대통령이 존재해야 하며, 왜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무한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 존재론적 질문이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본질적 질문, 즉 존재론적 질문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며,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론적 질문에 진정한 사명과 목표가 담긴 답을 찾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다시 교육으로 돌아와서 '한국의 국가 교육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교육부는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 전략목표를 '첫째, 꿈과 끼를 길러주는 학교, 둘째,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학, 셋째, 학습과 일이 연계된 직업∙평생교육, 넷째, 안전한 학교, 고른 교육 기회'로 정하고 있다. 어떠한가, 존재론적 질문에 잘 답하고 있는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