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닭갈비·광장시장 파전도 韓流 아이템... 스타 마케팅 못지않다

    입력 : 2016.05.25 10:04

    [한국, 中내수가 새 活路다] [3] 한류를 돈으로 만든다


    - 상하이 한식 뷔페 '자연별곡'
    "드라마·예능에 나온 한국 음식, 한국에 안 가도 먹을 수 있어"
    진출 두 달 만에 매출 10억원


    - '제이에스티나' '휴롬'
    송혜교가 하고 나온 귀걸이, 中 여성들에 폭발적 인기
    '대장금' 이영애가 광고 모델, 고가의 착즙기도 크게 히트


    지난달 5일 저녁 중국 상하이 시내 쇼핑몰에 있는 한식 뷔페 '자연별곡'. 매장 한편에서 흰 조리복을 입고 위생모를 쓴 직원들이 닭갈비를 볶고, 파전을 부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이들의 조리대 앞에는 한글과 중국어로 '춘천닭갈비' '광장시장 파전' '마약김밥' 등이 적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황원(黃雯·여·29)씨는 "한국에 가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다 있다"며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던 음식을 한국에 가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가운데 하나인 한방 반계탕을 손님 테이블에 직접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반응이 좋다.


    자연별곡은 중국 진출 두 달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자연별곡을 찾는 손님 70%는 중국인이다. 이태영 점장은 "철저하게 한국의 맛을 내기 위해 고추장, 된장, 간장 같은 장류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內需) 시장을 공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한류(韓流)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를 문화 수출 차원에 그치지 않고 돈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춘천닭갈비 먹는다


    상하이 뉴월드다이마루 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보석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매장은 요즘 중국 여성들로 북적인다. 지난달 5일 만난 왕첸첸(王倩倩·29)씨는 30만원이 넘는 귀걸이를 고른 뒤 선뜻 지갑을 열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하고 나온 제이에스티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뉴월드다이마루점은 최근 월 매출이 2억원 수준으로, 드라마 영향으로 매출이 100% 늘었다. 제이에스티나는 올 하반기에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5개 정도 더 낼 계획이다. 정병동 제이에스티나 중국 법인장은 "우리는 2014년에야 중국법인을 만들 만큼 중국시장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한류 스타 마케팅을 잘 활용해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시내에 있는 제이에스티나 매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가방 등을 고르고 있다. /제이에스티나 제공


    착즙기로 유명한 휴롬도 한류 마케팅으로 성공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유명한 이영애씨를 광고 모델로 활용했고, 중국 내 유명 파워블로거를 한국으로 초청해 휴롬 착즙기를 활용한 한식 조리 방법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다. 이형석 휴롬 중국판매유통 사장은 "도시 소비층을 분석한 결과, 대도시의 중산층 기혼여성이 훨씬 더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걸 알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실제 휴롬 착즙기는 1대당 50만원이 넘어 중국 녹즙기보다 5배 이상 비싸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60만대 이상 팔렸다.


    압력밥솥회사 쿠쿠도 지난해 9월부터 배우 김수현씨를 광고모델로 쓰기 시작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1억7000만위안(약 30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433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충칭시에 있는 만커피 매장에서 중국인 손님들이 커피 주문을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만커피 제공


    ◇"앞으로 한국 문화를 팔아야"


    중국 46개 도시에 150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만커피의 신자상 회장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문화를 팔아 성공했다. 만커피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처럼 빨리 먹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서구식 커피 전문점과 다르다. 신 회장은 "한국식 커피점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모여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리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하고, 카페에서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방을 만드는 등 문화 확산에 신경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판권이나 K팝 콘서트 수준을 벗어나 각종 제품 판매에 스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식 문화 자체를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