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성장' 中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으로 차별화

    입력 : 2016.05.25 09:26

    [中 온라인 쇼핑몰의 변신]


    - 비싼 임차료 내며 번화가에 매장
    美증시에 상장된 中대표 온라인몰, 왕푸징 거리 등에 체험매장 열어
    알리바바와 경쟁하는'징둥'… 대형마트에 체험매장 만들어


    - 매일 3만개씩 쏟아지는 온라인몰
    오프라인 체험매장 통해 가짜·불량품에 대한 불신 해소
    해외직구 심리적 장벽 낮춰 소비자 늘리려는 계산도


    베이징(北京)의 대표적인 쇼핑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 금싸라기 땅으로 유명한 이곳에 연면적 500㎡(151평) 2층짜리 화장품 매장이 있다. 글로벌 화장품 메이커의 판매장도, 대형 백화점의 면세점도 아니다. 중국 최대의 화장품 해외직구 사이트 '쥐메이유핀(聚美優品)'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2010년 화장품 공동 구매 사이트로 시작한 쥐메이유핀은 드넓은 중국 땅에 단 한 곳의 매장 없이도 2013년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이다. 한류(韓流)의 인기 덕분에 없어서 못 파는 한국 화장품을 오프라인 매장의 절반 가격에 판 것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매장이 없어도 아쉬울 것 하나 없었던 쥐메이유핀이 그런데 굳이 비싼 임차료를 내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역주행'을 한 것이다. 쥐메이유핀은 왕푸징 매장에 앞서 이미 2014년 초 첸먼(前門) 거리에 1호 매장을 냈다.


    쥐메이유핀만 온라인에서 뛰쳐나온 것이 아니다. 식품과 유아·생활용품 해외직구 사이트인 메이스쿠(美市庫)는 베이징을 포함해 전국 7개 대도시에 잇따라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징둥(京東)은 대형마트 체인 융후이(永輝)와 손잡고 각 매장마다 글로벌 온라인 마켓 체험 매장을 설치하고 있다. 오직 온라인으로만 스마트폰과 TV를 팔아온 LeTV는 지난주 베이징 최고의 상권으로 일컬어지는 싼리툰(三裏屯)에 대형 빌딩을 사들였다. LeTV는 이곳에 대형 제품 전시장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中 온라인 쇼핑 업체, '오프라인 체험 매장' 붐


    중국 온라인 쇼핑업계에 '오프라인 매장' 바람이 불고 있다. 코트라 베이징과 베이징 상보에 따르면, 베이징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이 이미 20여개에 달한다.


    현재 중국에는 오프라인 상품 체험 매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해 인기를 얻은 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낸 것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중국 최대 화장품 해외 직구 사이트 '쥐메이유핀'은 2014년 초 베이징 첸먼 거리에 1호 매장을 냈다(위 사진).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먼저 기반을 닦았다. 아래 사진은 쥐메이유핀의 콜센터. /쥐메이유핀 홈페이지


    올해에만 10여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백화점과 마트 안, 보세구, 독립 매장 등으로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티몰, 완다몰, 화룬완자 같은 중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들도 중국의 대형 유통회사들과 손잡고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만 보면, 이 같은 흐름은 분명 기현상이다. 중국의 전체 소매 판매에서 온라인 소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3%에서 2013년 7.9%, 2015년 12.9%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규모는 전년보다 무려 33.3% 성장한 3조8773억위안(698조원)에 이른다. 6억20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중국의 온라인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정보 고속도로를 계속 확장해온 덕분에 이들 중 88.8%가 3G 혹은 4G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물류망까지 좋아지면서 온라인 주문 후 이틀 안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소비자가 무려 3억 4000만명이나 된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객 1억9000만명을 압도하는 규모다.


    ◇해외직구족 유인 위해 오프라인 매장 개설


    모바일 쇼핑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가진 업체들은 감히 꿈꿀 수 없는 규모의 거대한 소비 시장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온라인 쇼핑몰들이 왜 굳이 오프라인에 투자를 하는 걸까.



    첫째는 차별화와 소비자층 확대 차원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왕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선 매일 3만개 이상의 온라인 상점이 새로 생기고 있다. 특히 온라인 해외직구 업계의 경쟁은 초과열 상태다. 같은 제품,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들여와 파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소비자에게 선택될 여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브랜드를 알리고, 온라인 쇼핑몰이 제공할 수 없는 친밀한 스킨십을 나누면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2000만명 수준으로 알려진 하이타오족(海淘·중국의 해외직구족)을 더욱 늘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해외 수입 제품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을 해외직구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한 소비자들은 사고 싶은 해외 제품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기만 하면 주문 및 결제가 끝나고 배송이 이뤄지는 형태다. 이 같은 매장들은 대부분 결제·물류 시스템이 중국의 해관(海關·우리의 세관)과 바로 연계돼 있어서,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의 배송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해외 직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가진 소비자들도 체험을 통해 직구족으로 바뀌는 것이다.


    ◇"中 소비자의 가짜 상품 불만도 무마"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하고 거기에 공을 들이는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신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온라인 쇼핑 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폭증했다. 특히 고질적인 '가짜' 문제는 온라인 쇼핑 산업 전체를 뒤흔들 정도였다. 쥐메이유핀도 예외가 아니었다. 쥐메이유핀은 사이트를 개설한 첫달 매출이 10만위안(1800만원)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연 매출 1억5000만위안(27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외형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창업 3년 만에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상장 이듬해 7월 가짜 제품 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 같은 위기에서 쥐메이유핀이 택한 전략이 오프라인 체험 매장이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전문적인 스킨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100% 정품을 보장하는 제품을 체험하게 하면서 떨어진 신뢰를 다시 쌓아올린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왕푸징의 비싼 임차료도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정광영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된 새로운 소매 방식이 뜨고 있는 것은 중국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가짜와 불량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의 전자상거래에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온라인 업체들의 오프라인 체험 매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