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변신... 자동차 부품 등 B2B로 무게중심 옮긴다

    입력 : 2016.05.23 09:22

    美·日 가전브랜드 인수한 中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직면
    기존 시장 큰 성장 기대 어려워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 세우고 태양광·상업전광판 등에 진출
    소비자 제품서 쌓은 기술, 기업용으로 옮길 연구조직 출범


    가전(家電)의 명가 LG전자가 최근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B2C 사업)에서 기업 간 비즈니스(B2B 사업)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 자동차 전자장비 부품 분야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 이런 사업을 지원할 통합 연구개발(R&D) 조직을 출범했다.


    현재 LG전자의 주력은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모두 저가(低價)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하이얼이 100년 전통의 미국 GE와 일본의 산요를 인수하고, 중국 2위 가전 업체인 메이디(美的)가 일본 도시바 가전부문을 인수하며 바짝 추격하자 LG전자는 기업용 B2B 시장을 새로운 동력으로 키워 활로를 찾고 있다.


    ◇"소비자용 제품 기술을 기업용으로"


    LG전자는 최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B2B솔루션센터'를 신설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 상업용 전광판, 냉난방, LED 조명 등 B2B사업과 관련된 중장기 기술의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센터장은 그동안 전기·전자·기계 등 기술 간 융합(convergence)을 담당해 온 민병훈 전무가 맡았다. 지금까지 각 사업부문에 흩어져 있었던 B2B 관련 연구개발 과제를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이다. 서로 다른 B2B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이 LG전자의 목표다. B2B솔루션센터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서 쌓은 기술을 기업용으로 이전하는 역할도 맡는다.


    가전(家電)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LG전자가 에너지와 조명, 자동차 부품 등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에서 쌓은 기술력을 전기차와 옥외 광고판 등 새로운 영역에서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에서 선보인 경량 전기차 기술(사진 위)과 이 회사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상업용 대형 세탁·건조기 전시장(사진 아래)의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의 최고 경영자들은 임직원들에게 'B2B 회사로의 변신'을 주문하고 있다. 작년 말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구본준 부회장은 "B2B는 LG의 미래"라며 B2B 시장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담당 조성진 사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 B2B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질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B2B 부문의 인력·조직 강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담당 조준호 사장이 '인력 재배치'를 언급한 것도 감원보다는 B2B 분야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LG의 다른 사업 분야에서 스마트폰 부문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인력 재배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자를 보는 스마트폰 조직을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B2B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달리는 IT 기기' 자동차부품 사업도 강화


    LG전자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사업이 '달리는 IT기기'로 진화하는 자동차의 전자 장비 부품이다. LG전자는 올 1월 중국 난징(南京)에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세웠다. 이곳은 인근에 있는 LG화학 배터리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용 배터리를 자동차에 곧바로 탑재할 수 있게 가공하는 공장으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를 대비한 포석이다. 배터리팩 공장 옆에는 자동차 부품 공장도 함께 세웠다.



    LG전자는 2013년 7월 자동차부품 사업본부를 출범한 이후 자동차 연구 개발과 디자인 등 관련 조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작년 말 자동차 부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VC(Vehicle Components) 디자인 연구소'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자율주행연구소'를 신설했다.


    LG전자의 움직임은 일본 히타치의 변신 모델과 유사하다. 히타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가전 부문을 대거 정리하고 의료기기·에너지·중장비 등으로 과감히 변신해 부활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LG전자도 B2B 중심으로의 변신을 통해 현재 전체 매출의 20% 안팎인 B2B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B2B가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B2B 사업 확대를 위해 전사의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