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삼성重 자구안으론 부족"... 그룹 차원서 나서라는 뜻?

    입력 : 2016.05.19 09:42

    [추가 보완책 요구하기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造船 빅3' 구조조정 방정식]


    - 삼성重이 제출한 자구안
    "거제 호텔 매각 등 3000억 마련… 설비 축소, 인력 구조조정할 것"
    社內 유보금 3조, 큰 문제 없어


    - 채권단·당국 "삼성重도 불안"
    "진행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10%만 잘못돼도 2조 추가 손실… 최악의 경영난도 각오해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8일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자구안(自救案)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추가 자산 매각 등 보완을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삼성중공업이 낸 자구안은 나름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완을 요구할 부분이 있다.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전날 밤 9시가 넘어서 자구안을 산은에 제출했다. 주채권은행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자구안의 수위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채권단 주변에서는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17%)의 자금 수혈 등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온다. 당초 조선업 구조 조정 방향은 5조원대 손실을 숨겨왔던 대우조선해양에 집중되는 듯했는데, 수술 범위가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삼성 계열사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것은 외환 위기 당시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17년 만이다.


    ◇산은, 삼성중공업 자구안 보완 요구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은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는 유상증자 방안을 비롯해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거제 삼성호텔 매각 등으로 2000억~3000억원을 마련하고, 설비 축소와 인력 구조 조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운영 자금 등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삼성중공업이 최대 2조원 안팎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올 들어 금융권에 2조원 정도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안다"면서 "스스로 이 정도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지난 17일 제출한 자구안은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처리 등 갈 길이 바쁜 채권단으로선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이 책임을 져줬으면 하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측에서는 멀쩡한 정상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자구안을 요구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책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삼성중공업도 불안하다"


    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 250%대, 3조원대 사내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어 재무 상태나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당장은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은도 이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앞길은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이 추가적인 자구안을 내라고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가운데 전체 수주 잔량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이 66%(197억달러·약 23조3000억원)로 가장 높다〈그래픽 참조〉. 지난해 나이지리아와 호주에서 수주한 2기의 해양플랜트에서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았다. 남은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에서 10% 추가 손실만 생겨도 2조원이 넘는다. 창사 이래 최대인 1조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특히 저유가 직격탄을 맞아 인도(引渡) 시기가 줄줄이 1~2년씩 연기된 드릴십(원유시추선박)이 아직도 6척이나 남아 있다. 금액으로는 34억달러(약 4조원)어치다.


    수주 절벽도 심각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째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가 없다는 것은 당장 1~2년 후 일감이 사라진다는 얘기일 뿐만 아니라 수주 직후 선박 대금의 5~20% 정도 들어오는 선수금(先受金)이 말랐다는 얘기로 유동성 위기와 직결된다.


    ◇복잡해지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정식


    삼성중공업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조선업 구조 조정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인데, 이것조차 스텝이 꼬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19일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 2차 회의를 개최하고 한은의 국책은행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선업 등에 대한 과도한 대출로 건전성이 약화된 수출입은행에 한은이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요청하고 있고, 한은은 대출 방식으로 '국책은행 자본 확충 펀드'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당초 예정인 6월 말보다 앞당길 방침"이라며 "출자나 대출, 또 어떤 방법이든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