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롯데와 '명동大戰'

    입력 : 2016.05.19 09:34

    롯데와 430m 떨어진 곳에 오픈… 화장품 브랜드 200개로 최다
    샤넬 등 3대 명품은 내년에 입점


    롯데도 쇼핑공간 확장하며 맞불… 중국인 대상 마케팅 강화하기로


    서울 명동에서 면세점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작년 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면세점이 18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신관 8~12층에 1만5138㎡ 규모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열면서, 기존에 있던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과 남대문은 2014년 기준 927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등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 대표 상권이지만, 명동 인근 면세점은 1980년 이후 롯데면세점 소공점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선거리로 430m 떨어진 곳에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롯데와 신세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18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고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 매장에는 국산 제품을 포함해 총 6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실제로 신세계는 건물 주소는 서울 충무로지만, 면세점 이름에는 '명동점'을 붙이면서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중 명동을 안 찾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명동이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잘 알려진 명칭을 면세점 이름에 붙여 홍보 효과를 노렸다"고 했다.


    ◇화장품 브랜드 200개 입점시킨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총 5개 층에 6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국내 면세점 최초로 몽클레르, 제이린드버그,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이 들어왔고, 3대 럭셔리 시계 브랜드인 오데마피게, 바쉐론콘스탄틴, 예거르쿨트르도 있다. 단 면세점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3대 명품(名品)은 유치하지 못했다.


    손영식 신세계면세점 부사장은 "내년 3월 중에는 3대 브랜드 중 2개가, 내년 하반기에는 모두 입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를 200여 개 유치했다. 국내 면세점 중에서는 최다 수준이다.



    명동점에는 예술작품 전시, 하늘정원 등의 문화·휴식 공간이 많은 편이다. 10층엔 높이 4.5m, 폭 7.5m의 대형 회전그네 작품이 들어섰고, 11층에는 고객들이 쉴 수 있도록 야외 스카이파크를 조성했다. 성영목 신세계면세점 사장은 "문화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영업면적 확장하고, 화장품 브랜드 확대


    신세계면세점이 개장하자 그동안 명동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롯데면세점 소공점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영업면적을 넓혀 쇼핑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그동안 백화점 식당가로 사용했던 12층을 면세점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설화수, 후 등 20여 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확장하고, 사봉, 달팡, 톰포드 등의 화장품과 향수 브랜드를 신규 입점시킬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 오픈으로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지만 준비는 철저히 했다"고 했다. 롯데면세점은 올 연말까지 국내 롯데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의 60만위안(약 1억8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57㎡)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면세점을 알리는 로드쇼도 진행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롯데면세점 소공점뿐만 아니라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동대문에 개장할 두타면세점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롯데와 신세계의 면세점을 둘러본 관광객이 신라면세점과 동대문 두타면세점에도 방문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로서는 신생점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계의 특성상 신생사업자 옆에 오래된 강자가 있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초반 매출액은 목표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