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푸드?... K브랜드 아직 약하다"

    입력 : 2016.05.19 09:24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세계적 브랜딩 컨설팅社 '린드스트롬' 대표 인터뷰


    "스위스는 정확성, 독일은 기술… K하면 분명하게 떠오른것 없어
    콜라병 깨도 코카콜라인줄 알듯, 완성된 브랜드는 쉽게 안 무너져"


    "빅 데이터에 소비자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요? 천만에요. '스몰 데이터'를 봐야 합니다."


    전 산업에서 대량 정보의 통계적 분석이 강조되는 시대에, 세계적 브랜딩 컨설팅사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마틴 린드스트롬(Lindstrom·46) 대표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그는 "브랜딩은 아주 사소한 단서에서 힌트가 있다"며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에 이끌리는 건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핑학(buyology)'의 창시자로 통하는 그는 디즈니·펩시·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인 브랜딩 전문가다. 미국의 대형 광고대행사 'BBDO'의 유럽·아시아 지사장, 브리티시텔레콤의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지냈다. 17~18일 본지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그는 지난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더 자세한 브랜딩 전략을 소개했다.


    린드스트롬 대표는 자신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똑같은 차 두 대가 있습니다. 사양·색깔 모두 똑같은데, 하나는 '메이드 인 터키'이고, 하나는 '메이드 인 스위스'라면 어떤 차를 사겠어요?"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하자, "두 나라 모두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소비자 선택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는 K팝·K푸드 등 한류(韓流)로 통칭되는 'K브랜드'에 대해 "아시아권에선 성공했지만, 미국·유럽에서 성공하려면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는 정체성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위스 하면 '정확성'이 떠오르고, 독일 하면 '기술'이 떠오르죠. 미국은 '엔터테인먼트', 태국은 '미소', 중국은 '공격적인' 같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K'라는 브랜드에서 떠오르는 게 명확지 않아요. '혁신'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면 좋지 않을까요?"


    브랜딩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이 지난 17일 자신의 신발을 벗어 들어 올리며 "파산 위기에 있던 레고 직원들은 '밑창이 비스듬하게 닳은 운동화'가 자랑스럽다는 소년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단서를 얻었다"며 "브랜딩에선 아주 사소한 정보, '스몰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그는 장난감 기업 '레고'가 스몰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났는지도 소개했다. 컴퓨터 게임에 밀려 10여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던 레고는 2014년 레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어 대박을 쳤다. 레고 직원들은 이 아이디어를 평범한 한 소년에게서 얻었다. 직원들이 "네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물건은 뭐니"라고 묻자, 소년은 밑창이 다 닳은 운동화를 가리켰다. 이유는 "스케이트보드 연습을 친구들보다 많이 했다는 증거여서"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아이들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어떤 물건에 담긴 '스토리 텔링'에 끌린다는 단서를 얻었다.


    린드스트롬 대표는 "완성된 브랜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의 파란색 병은 박살낸 뒤 깨진 유리 한 조각만 봐도 코카콜라 병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면에서 최근 삼성의 브랜드 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의 복제품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삼성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어요. 이제 삼성 제품 로고를 가려도 그 제품이 삼성 것이란 걸 알죠."


    그는 불황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가격만 중시하는 건 아니며 브랜딩과 마케팅이 잘된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생수는 아무리 고급이라도 장거리 운송을 하면 신선함이 크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비싼 외국산 생수를 마셔요. 왜일까요? '깨끗하다'는 이미지, '있어 보인다'는 기분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미지가 크게 망가진 브랜드는 "얼룩을 말끔히 지워주는 '매직 마커'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폴크스바겐을 예로 들었다.


    "이런 큰 사건은 단순히 로고나 모양을 바꾼다고 해결되진 않습니다. 기업이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가치, 예를 들면 '안전성'이라는 한 단어를 각인시킬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브랜딩(Branding)


    어떤 제품의 이름·상표·포장뿐 아니라 그 제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감정·가치 등이 모두 담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마케팅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