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호·허' 번호판 질주... 렌터카 50만대 시대

    입력 : 2016.05.17 09:17

    [車, 소유에서 사용으로… 렌터카 시장 5년 만에 10배 이상 커져]


    - 1년 이상 빌리는 장기 렌터카 급증
    LPG 차량 있어 연료비 저렴r㸷 금·보험료, 月렌트비에 포함
    그랜저 LPG 월 40만원대에 이용
    정비조건·중도해지 수수료 등 미리 꼼꼼하게 살펴봐야


    10여년간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올해 초 보험설계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오현석(38)씨는 '롯데렌터카 LPG60' 상품으로 월 40만원대에 그랜저HG LPG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오씨는 "렌터카는 LPG 차량이 있어 연료비가 적게 들고, 개인사업자 비용 처리도 가능하다"며 "차량 관리도 렌터카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적다"고 말했다. 오씨는 5년 동안 그랜저 LPG 차량을 빌려 타고, 이후 이 차를 살 계획이다.


    오씨의 차량처럼 지난해까지 국내에 등록된 렌터카는 50만4000대로 사상 처음 50만대를 돌파했다. 불과 5년 전 5만대도 되지 않았던 렌터카 시장이 10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나 해외 여행지에 가서 하루 이틀 자동차를 빌리는 것으로만 인식되던 '렌터카 서비스'가 1년 이상 빌리는 장기 렌터카 서비스로 확대되면서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렌터카 50만 시대…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뀌는 자동차


    16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신규 등록 렌터카는 15만6000여대다. 내수 시장에 판매된 승용차(157만대) 10대 중 1대는 렌터카인 셈이다. 최근 '하' '호' '허'로 시작하는 '웃음 번호판'이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1위 렌터카 회사인 롯데렌탈의 표현명 사장은 "차량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함에 따라 법인뿐 아니라 개인, 개인사업자까지 렌터카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전체 렌터카 시장의 9.5%에 불과하던 개인 비중은 2013년 20%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28.5%까지 증가했다.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사용의 편리함과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연 2회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와 매년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에서 자유롭다. 월 차량 렌트비에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는 렌트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만이 이용 가능했던 LPG 차량을 렌터카로 사용할 수 있고, 계약 기간(5년) 이상을 쓴 뒤에는 본인이 인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것도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다만 무조건 '허' '하' '호'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사용해야 한다.



    장기 렌터카는 비슷한 서비스인 리스(lease)와 비교해도 보험료가 싸다. 리스는 개인의 보험 조건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될 여지도 있지만, 장기 렌터카는 그럴 일이 없다.


    단, 차를 살 때와 비교하면 다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선수금, 보증금, 자동차의 정비 조건, 계약 중도해지 시 지불하는 중도해지 수수료 등 다양한 조건을 미리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날로 커지는 렌터카 산업, 업체 순위 경쟁도 치열


    렌터카 산업이 커짐에 따라 국내 렌터카 회사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보유 차량 13만7000대로 일본 도요타렌터카(11만2000여대)를 꺾고, 아시아 지역 렌터카 1위 업체로 급성장했다.


    경쟁도 치열하다. SK렌터카는 지난해 보유 차량 5만3000대로 AJ렌터카(6만7000대)에 이어 업계 3위를 기록했다. 2012년만 해도 점유율 4.9%로 렌터카 시장 4위였던 SK렌터카는 보유 차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SK렌터카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 주유소와 정비 네트워크 등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2018년까지 보유 차량을 10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AJ렌터카는 직원 응대는 최소로 줄이고 렌트 비용을 대폭 낮춘 '빌리카' 서비스를 최근 시작하는 등 28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2위 자리를 확실하게 지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