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입은 '똑똑한 주방' 가족 중심공간 되다

    입력 : 2016.05.16 09:21

    - 家電회사들 치열한 경쟁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 문에 달린 화면 통해 콘텐츠 공유
    LG전자 '스마트씽큐 허브'… 각종 가전 상태 확인하고 제어


    - 이통社들도 적극 뛰어들어
    SKT와 KT, 동부대우전자와 스마트 가전 공동 출시하기로
    LG유플러스, 쿠첸과 손잡고 집밖서 켜는 전기밥솥 선보여


    집 안의 '주방'을 잡기 위한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경쟁이 불붙었다.


    냉장고와 같은 주방 가전제품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앞으로 집 안의 모든 전자(電子)기기를 제어할 핵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가전 제조사와 이동통신 업체들도 집 안 전체의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는 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주방의 가전제품에 속속 탑재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집 안의 전자기기들이 주방의 가전기기와 연결될 것"이라며 "주방을 장악하면 집 안 전자제품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 안의 생활 중심이 남편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에서 아내의 주방으로 옮겨가면서 집 안 핵심 IT기기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집 안 전자제품의 중심, '스마트 냉장고' 경쟁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제품은 24시간 켜져 있는 냉장고다. 여러 스마트 기기의 중심(허브)이 되려면 항상 전원이 켜져, 언제든 스마트폰 등으로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주방 가전이 스마트홈의 새로운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패밀리허브'냉장고에 다른 전자 제품을 제어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왼쪽 사진). LG전자가 올 상반기 선보일'스마트씽큐 허브'(조리대 맨 오른쪽)는 주방에 놓을 것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삼성·LG 제공


    삼성전자는 이달 초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미국에 내놓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냉장실 문에 달린 화면에 주부가 메모·사진·일정을 올리면 다른 가족들이 보는 방식으로 가족 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영상이나 음악도 나와, 가족들이 주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홈 앱(응용 프로그램)을 냉장고의 화면에 내려받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제품들을 제어하게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담당 서병삼 부사장은 "이 냉장고는 가족의 중심이자 스마트홈의 중심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체도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삼성전자와 함께 '실버케어 냉장고'를 출시했다. 노년층 부모를 둔 소비자가 주요 고객이다. 12시간 동안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위급 상황으로 간주, 미리 입력한 보호자 연락처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동부대우전자와 스마트홈 제품 개발 협약을 맺었다. 연내에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 회사는 "항상 켜져 있다는 강점 때문에 스마트홈의 핵심 제품은 냉장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전기밥솥과 같은 다른 주방 기기도 똑똑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생활가전 업체 쿠첸과 손잡고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밥솥을 내놨다.


    ◇스마트홈의 중심, 거실의 TV에서 주방의 가전으로


    이제는 주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방 전자제품이 TV를 제치고 스마트홈의 허브(거점)로 부상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소니·인텔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예외없이 TV를 중심으로 스마트홈을 구성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TV 위상은 크게 흔들렸다. 시청 시간이 줄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TV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TV가 아무리 똑똑해도 꺼져 있으면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요즘 나오는 스마트홈 제품은 주방을 거점으로 작동한다. LG전자의 '스마트씽큐 허브'도 주방에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이 제품은 스마트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세탁기와 냉장고·TV 등 집 안의 전자제품을 연결해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도 해준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서 빨래가 끝나면 음성으로 알려준다. LG전자 구지영 생활문화연구팀장은 "스마트 주방가전은 이제 시작한 단계"라며 "가전제품의 새 기능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기술 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가전업체들이 주방 가전제품에 각종 스마트 기능을 넣어 고가에 파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전제품의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해 교체 수요가 부진하자 스마트홈이라는 콘셉트를 동원했다는 비판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스마트 기능이 추가되면 가격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싸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