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해외 直購'... 환율·세금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입력 : 2016.05.13 09:45

    작년 해외 증시에 25조원 투자
    주식 보유액 美·홍콩·일본 順


    바야흐로 '글로벌 주식 직구(직접구매)' 시대다. 국내 증시에 갈증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9조6132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직접 투자 예탁 잔액이 4년 만에 작년 4분기 25조6178억원으로 166% 급증했다.


    그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현저히 낮은 편이었다. 2014년 OECD 국가의 GDP 대비 해외 주식 보유 비율은 평균 46%,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신흥국 주식은 물론 각국 ETF(상장지수펀드)까지 다양한 투자 대상이 소개되면서 해외 주식 투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 초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해외 주식 직접 투자 인기는 3월부터 다시 살아나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내국인(기관투자자 포함)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56억622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작년 같은 달(27억4940만달러·약 3조 2000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2007년 11월(65억4050만달러)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순매수 규모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국가별 보유 주식 현황을 보면 미국 주식이 2조2667억원으로 가장 많고, 홍콩(1조8628억원), 일본(1조3346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홍콩 증시의 차이나가스홀딩스(8140억원어치)였다. 일본 증시 신일철주금(5568억원)과 넥슨(3357억원), 미국 증시 VISA(4346억원)와 홍콩 증시 중국인민재산보험(1931억원)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거래 가능 계좌부터 개설하고 환전해둬야


    과거 자금력이 충분하고 발 빠른 투자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해외 직구'를 시작했다면, 최근엔 평범한 투자자들까지 해외 주식 직구에 나서는 추세다.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계좌를 개설한 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또는 전화 주문으로 거래한다. 이를 통해 30개가 넘는 국가의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환전에 유의해야 한다. 계좌에 원화를 입금한 뒤 투자 대상국의 현지 통화로 환전부터 해둬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국내 증권사의 환전 가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다. 오후 4시가 넘어 뒤늦게 환전을 요청할 경우, 환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단 투자자는 원화로 매수 증거금을 내고 실제 거래가 체결되면 매수 금액만큼 자동으로 외화로 환전되는 '원화 증거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증시는 거래 시간 등 시스템도 다르다. 서머타임을 적용할 때 미국 증시는 한국 시각으로 오후 10시 30분~다음 날 오전 5시 열린다. 일본·중국·홍콩 증시는 국내와 달리 오전장과 오후장 사이에 점심시간이 끼어 있어 매매가 불가능하다.


    국가별·종목별로 거래 단위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주식은 전부 1주 단위, 중국 본토 주식은 전부 100주 단위로 통일돼 있지만, 일본과 홍콩은 종목마다 거래 단위가 다르다. 최근에는 특히 중국과 홍콩 증시를 혼동해 실수를 하는 투자자도 많다.


    ◇환율·세금 고려 안 하면 큰 손실도


    거의 모든 해외 금융상품이 그렇듯 해외 주식 직접 투자도 환율이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처럼 환율이 실시간으로 요동칠 때는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보다 환율에 따른 손익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인 세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 펀드는 펀드 수익금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 징수한다. 반면 해외 주식은 양도차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22%를 양도소득세로 낸다. 예컨대 1억원을 미국 펀드에 투자해 2000만원 수익을 낸 경우 세금으로 308만원을 내는 데 비해 애플 주식에 투자해서 2000만원 수익을 내면 250만원을 뺀 1750만원의 22%인 385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연간 수익이 250만원보다 적으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세율이 높아 보이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자산가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


    ◇증권사별 혜택도 다양


    국내 각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직구족(族)에게 주는 혜택과 서비스도 다양하다. NH투자증권은 24시간 전화로도 해외 주식 주문이 가능한데, 밤 10시부터는 미국 뉴욕 현지법인에서 전화를 받아 시황·종목 상담도 해준다. 해외 주식을 담보로 대출도 가능하다.


    유안타증권은 중국 주식(후강퉁) 직접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후강퉁 투자자 중 3개월 평균 거래액이 3000만원 이상인 고객들에게는 실시간 시세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후강퉁 상승 유망 종목과 매매 타이밍까지 알려주고, 분기마다 중국 현지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무료 투자설명회도 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한 주문·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남아국가 주식 거래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증권사들은 이밖에 일정 금액 이상 거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대행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