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사진발 살려라... 美 성형산업 SNS 타고 뜬다

    입력 : 2016.05.11 09:35

    [美 성형산업 열풍]


    - 성형수술 건수 3년새 23% 증가
    SNS 많이 하는 30세 미만 여성, 성형수술 비율 1년새 64% 증가… 얼굴 필러·박피 등 늘어
    - 의사들도 온라인 평판 관리 나서
    수술 후기 홈피로 병원 홍보… 수술 전·후 사진 잘 찍는 법, 전문가 강습 프로그램도 생겨
    - 온라인 쿠폰 시장도 한몫
    반값 보톡스·반값 필러 쿠폰, 소셜커머스 시장서 거래… 각종 기념일 선물로 인기


    사우스캐롤라이나=김은정 특파원

    "여기 보이시죠? 코가 휘어져서 옆 얼굴 사진이 안 예쁘게 나와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성형외과 전문의 캘러스(Kalus·58) 박사 앞에서 재클린(여·34)씨가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며 코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이런 코는 사진 보정 기능이 있는 휴대폰 앱(App)으로도 손을 볼 수가 없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결국 이날 매부리코 성형수술을 결정했다.


    25년 경력의 캘러스 박사는 "요즘 이른바 '사진발'로 고민하다 찾아오는 젊은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온라인 성형 정보 사이트 '리얼셀프 닷컴'에서 피드백(답글) 실적이 좋은 의사 50위권에 들었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캘러스 박사는 이 같은 변화를 피부로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고객 연령대도 많이 내려갔다"며 "수술이 부담스러운 10대 여자 아이들의 경우 주로 보톡스나 필러 등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가슴 확대 수술 전문인 캘러스 박사는 이런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6개월 전, 최신 피부 시술 기계를 들여왔다. 또 얼굴 성형 기술을 더 연마하기 위해 관련 세미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SNS 열풍에 美 성형 산업 폭풍 성장…3년 새 23% 증가


    연간 120억달러 규모 '성형 대국', 미국의 성형 산업이 다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성형 건수는 1590만건으로 3년 만에 23%나 늘었다. 미국 미용성형학회 소속 의사 82%는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열풍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셀카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게 된 미국인들이 외모에 더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베벌리힐스의 성형외과 전문의 마크 매니 박사는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 거울로 보는 것보다 결점을 더 잘 발견하게 된다"며 "특히 페이스튠(FaceTune)이나 '뷰티 플러스' 등과 같은 사진 수정 앱(App)은 성형 욕구를 더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적으로 바뀐 자신의 모습을 실제로 갖고 싶어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SNS 활용 빈도가 높은 30세 미만 여성의 성형수술 환자 비율은 지난해, 전년 대비 64%나 뛰었다. 19세 미만 소녀들 역시 매년 23만6000여명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10대들은 코와 가슴 수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스마트폰 사진 수정 앱 '페이스튠'에 사진을 넣고 몇 번만 터치하면 결점을 보완해 '예쁜 얼굴'을 볼 수 있어 성형 욕구를 자극한다. '그루폰' 등 소셜커머스를 통해 성형시술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거나 스마트폰용 쿠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아래)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성형외과 전문의 캘러스 박사가 눈가 주름이 고민인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김은정 기자


    젊은층의 SNS 열풍은 성형 판도도 바꾸고 있다. 전통적 인기 수술인 가슴과 엉덩이 확대 성형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얼굴 성형, 칼을 대지 않는 '주사형(injectable)' 성형 수요가 급증했다. 클로즈업한 얼굴 사진을 자주 보게 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입술을 도톰하게 부풀리는 립 임플란트(lip implant) 수술이 1년 새 26%나 늘었다. 또 얼굴 필러 시술은 지난해 240만건을 기록,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박피(peeling)는 130만건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특히 20~30대 여성 거주 비율이 높은 뉴욕에선 코 성형이 가슴 성형을 제치고 1위다.


    할리우드 인기 스타의 SNS와 리얼리티 쇼도 성형 인구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SNS 팔로를 통해 스타의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스타일은 물론 외모까지 따라 하려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4890만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모델 카일리 제너(여·21)가 작년 9월, 입술에 필러를 맞았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인터넷 성형 정보 사이트에 10대들의 관련 문의가 폭주했다. 풍만한 모래시계 체형의 배우 킴 카다시안(여·36)처럼 되기 위한 수술과 비용은 성형 사이트의 단골 질문일 정도로 '카다시안 효과'가 존재한다.


    ◇美 성형 열풍에 온라인 성형 쿠폰 시장도 성장


    우리나라는 지하철 역내 광고나 온라인 배너 광고 등으로 병원을 홍보하지만 미국은 철저히 성형수술 후기 홈페이지 중심이다. 2006년 론칭한 무료 성형 정보 공유 사이트 '리얼셀프 닷컴'은 전문의 자격증 유무부터 수술 횟수와 경험자가 매긴 평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의사들은 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회원들의 질문에 무료로 답글을 단다. 회원들은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에 관한 스토리를 올려 의사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매칭이 돼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회원들에게 생생히 공유되기 때문에 무료 수술을 해 준 의사는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글로벌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 창업주 리치 바튼은 초창기 리얼셀프에 투자해 4년 만에 3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의사들에게 온라인 평판 관리가 중요해지자 성형외과를 상대로 수술 전·후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사진작가 강습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했다. 환자가 어떤 포즈를 취해야 수술 후 사진이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카메라 각도와 조명은 어떨 때 최적화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이뿐 아니라 플로리다주 성형외과 전문의 마이클 박사는 거의 매일 자신의 SNS 스냅챗에 수술 집도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유명세를 얻고 있다. 처음엔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요즘은 '좋은 정보 고맙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 마이클은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공개하고 있는데, 온라인상에 기록을 남기기 좋아하는 40세 미만 여성들의 경우 비교적 쉽게 촬영을 허락하는 편"이라고 했다.


    성형수술 비용을 할인해주는 온라인 쿠폰 시장도 성형 붐에 일조하고 있다. 미용성형학회 에드윈 윌리엄스 회장은 "그루폰(Groupon)과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반값 보톡스' '반값 필러' 쿠폰은 각종 기념일 선물로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며 "쿠폰을 통한 성형수술이 매년 10~15%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성형 쿠폰이나 기프트 카드 선물은 지인들과 만날 일이 많은 연말 직전이 대목인데, 작년 12월의 경우 보톡스 시술권 판매량이 한 달 새 35%나 늘어난 바 있다.


    SNS 열풍에 성형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은 미국 외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기업 테크나비오(TechNavio)는 글로벌 성형 시장이 2016~2020년 사이 9.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