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깜짝 실적... 애플·구글 수준 이익률

    입력 : 2016.05.03 09:22

    1분기 매출 22% 늘어 1조7593억, 영업이익률 매년 높아지는 추세
    마케팅비 안드는 면세점 판매와 해외 매출 증가로 수익 좋아져
    광고모델 없이 품질 승부하는 설화수 등 고급품 판매도 늘어


    국내 1위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광속(光速)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관련 매출이 계속 늘면서,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고 수익성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일 "올 1분기 매출이 22% 증가한 1조7593억원,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41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6년 6월 회사의 전신인 태평양이 인적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출범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분기 매출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아시아(중국·일본·동남아) 매출이 50% 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이날 41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3월 10분의 1로 액면분할을 하기 직전보다 44% 급등한 것이다.


    ◇23년 중국 투자 효과 가시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분기 영업이익률 23.8%는 3년 전인 2013년보다는 10%포인트 높고, 전 세계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애플(23%)이나 구글(21%)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웃돈다. 화장품 사업의 특성상 판촉 비용이 적게 드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다른 분기에 비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18~20%로 전망되지만, 제조업체로서는 이례적이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5.3%였다.


    위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문을 연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대표매장)의 1층 내부.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6층 건물로 지어졌고, 제품 체험, 화장법 강의뿐 아니라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1993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마케팅·광고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이 수익성 개선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면세점 판매와 중국 현지 생산 판매, 국내 생산 제품 수출 등 3개 통로로 중국을 공략하고 있다. 이 셋을 합한 중국 관련 매출은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는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판매 채널 다변화도 수익성 개선 이유다. 박은경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과거 방문판매·백화점에 의존했던 판매 채널이 면세점으로 확대되면서 이익률이 좋아지고 있다"며 "면세점은 마케팅·모객 비용이 백화점 등 다른 판매 채널보다 덜 들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남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면세점 매출 비중은 25.4%에 달했다.


    ◇'설화수' 등 30여개… 多브랜드 전략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에 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 등 5개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진출시키는 다(多)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 판매되는 브랜드까지 합치면 30여개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가 다양하면 중산층과 부유층, 젊은이와 중년 등 모든 층의 고객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의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면서 높은 수익성의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면세점에서 설화수와 헤라의 매출 비중은 작년 4분기 60%에서 이번 1분기엔 70%로 더 늘었다.


    설화수는 광고모델을 쓰지 않고 제품만 광고에 등장한다. 경쟁사의 화장품이나 아모레퍼시픽의 다른 브랜드가 한류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것과도 대조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를 회사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스타 마케팅이 아니라 오로지 제품 품질로만 승부하겠다는 회사 측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의 전신 태평양이 1966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인삼 화장품 'ABC 인삼 크림'을 지난 50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개선한 한방(韓方) 화장품이다.


    이달미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로 중국인의 초고가 명품 소비는 줄이고, 그나마 살 만한 가격의 고가 화장품 소비는 늘리고 있다"며 "중국 중산층이 늘고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