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콘텐츠, IPTV를 흔드는 손

    입력 : 2016.05.02 09:17

    [VOD 시청 패턴 분석해보니… 드라마·예능 위에 키즈·애니메이션]


    - 부모들, 아이가 좋아한다면…
    기꺼이 프로그램 선택권 양보
    어린이 콘텐츠 점유율이 드라마·예능 재방송보다 높아


    - 통신3사, 키즈 콘텐츠 확보 경쟁
    SK, 뽀로로 시리즈 독점 공급… KT, 드림웍스 채널 새로 편성
    LG, 슈렉 등 극장 애니 '공짜'


    IPTV(인터넷TV)를 운영 중인 통신 3사가 어린이 콘텐츠 시장을 선점(先占)하기 위해 앞다투어 독점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와 손잡고 전용 TV 채널을 만들거나 아예 제작에 참여해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신사들이 어린이 콘텐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기꺼이 프로그램 선택권을 양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콘텐츠가 IPTV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 VOD 이용 1위는 어린이 콘텐츠


    본지가 IPTV 시청자의 주문형 비디오(VOD) 시청 패턴을 분석해보니 어린이용 VOD 이용 횟수가 'TV 다시보기'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지난 3월 KT가 올레TV (650만 가입 가구) 시청자의 VOD 이용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키즈·애니메이션' 콘텐츠가 35.7%로, TV 다시보기(35%)를 근소하게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음악·다큐·문화가 10.9%로 3위, 영화가 7%로 4위였다. SK브로드밴드도 지난 1월 전체 VOD 시청 건수 중 46%가 어린이 콘텐츠다.


    '키즈·애니메이션'에는 어린이 전용 채널과 지상파·종편에서 방송된 어린이 콘텐츠가 포함된다. TV 다시보기는 지상파·종편·케이블에서 방송된 드라마·예능 등의 재방송이다. 다시 말해 '태양의 후예'나 '무한도전'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 시청 건수보다 어린이용 VOD 시청 건수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일주일간 시간대별 VOD 이용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용 콘텐츠는 오전 7시부터 9시 반까지, 오후 4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점유율 1위였다. 이 시간대에선 무려 44% 점유율을 보였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학교에 데려다주기 전이나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중적으로 어린이용 콘텐츠를 보여준 것이다.


    ◇통신사,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서 격돌


    통신사들은 어린이 콘텐츠 독점 방영권 확보전(戰)에 나서고 있다. 포문은 SK브로드밴드가 열었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뽀로로 시리즈' 제작에 투자해 VOD를 자사 IPTV 서비스로 독점 제공했다. 2014년부터는 뽀로로5~6 시리즈를 2년간 독점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한국·프랑스·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공동 제작한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를 독점으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드림웍스와 계약하고 오는 3일부터 '드림웍스 채널'을 새로 편성해 방송할 예정이다. KT는 쿵푸팬더와 같은 드림웍스 캐릭터가 어린이들에게 뽀로로 못지않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콘텐츠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왜 올레TV에서는 뽀로로가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었다"면서 "드림웍스의 콘텐츠가 KT 어린이 콘텐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와 함께 월 9000원을 내면 애니메이션 8300편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요금제인 '프라임 애니팩'도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2만여편, 키즈 콘텐츠 1만2000여편을 유플러스TV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슈렉 등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당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월 9000원에 어린이 전용 콘텐츠 3000여편을 무제한 이용하는 상품을 내놨다. LG유플러스 정대윤 IPTV담당 부장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 콘텐츠를 비교해 IPTV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어린이 콘텐츠가 IPTV 가입자 확보를 위한 주요 격전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