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미래 기업 생태계... 기업은 지금, 新사업에 집중 투자

    입력 : 2016.04.29 09:38

    삼성, 바이오의약품… 현대, 고급차·친환경차… SK, 에너지 신산업… LG, 자동차 부품·신에너지에 총력


    최근 해운·조선업계 등에서 구조조정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재계에서 '신(新)성장 산업 발굴'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한강의 기적'을 불러온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달한 만큼,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잇달아 신성장 관련 지원책을 내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신성장 사업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① 삼성SDI 직원이 자동차 전지 부품을 검사하고 있다. ② 현대차 관계자가 제네시스의 자율 주행 시범을 보이고 있다. ③ SK텔레콤 직원이 스마트홈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④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형이 작년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에너지 대전(大展)'에 전시됐다. / 삼성·현대차·SK·LG 제공


    ◇신사업에 역량 집결하는 4대 기업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 스마트카 분야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의 기술력을 총집결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분야는 삼성의 새로운 승부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총 8500억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는다. 5년 내 세계 1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CMO)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작년부터 '고급차'와 '친환경차'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 현대자동차도 정몽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이 융합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신성장 동력의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고급차 전용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했고, 2018년까지 약 11조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전기-수소'의 삼각편대로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는 로드맵도 세웠다.


    SK는 지난 1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설립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복귀하며 신산업 추진 계획에 힘을 실었다. SK의 또 다른 신사업인 신약 개발 부문에서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간질) 치료제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신약 승인 요건 협의를 마치는 등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이 지난달 ㈜LG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 "자동차 부품, 신에너지 분야 등에서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히며,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LG는 이미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GM·구글·아우디 등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정부·금융기관 "중후장대 산업 대체할 신산업 형성 돕겠다"


    정부에서도 신성장 산업 지원을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위 등 6개 부처는 업무보고를 통해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해 올해 정책금융 80조원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성장 산업은 고위험·고수익 시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려면 정부의 세제 지원과 투자·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만 신산업이라고 해서 백화점식으로 모두 다 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집중될 신산업 분야로는 사물인터넷(IoT), 원격의료, 핀테크, 클라우드펀딩, 한류 콘텐츠, 공유경제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이 꼽힌다.


    26일에는 정책금융 9개 기관이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를 구성하고 '신성장 정책금융센터'도 열었다.


    정책금융협의회는 개별 정책금융 기관이 신성장 지원 대상 기업 선정에 활용할 '공동 신성장 선정 기준'을 6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추천 기관이 발표하는 신성장 기준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발표하지 않는 산업에 대해서도 시장 수요와 기술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일반 기준도 마련한다. 또 업종 간 지원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1차 공동모형을 올 3분기 중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 제조업에 치중된 자금 지원이 융합산업 등으로까지 갈 수 있도록 자금 집행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과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중후장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신산업 형성은 지체되고 있다"며 "협의회 구성 및 센터 개소가 지원 체계 개선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그룹 총수들의 신성장 관련 발언]



    삼성


    "바이오와 의료기술에 IT를 접목시킨 새로운 모델의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3월 보아오포럼에서)


    현대자동차


    "정보통신과 전자기술이 융합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정몽구 회장·1월 신년사에서)


    SK


    "기후변화를 둘러싼 新에너지 산업 분야는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 (최태원 회장·1월 다보스포럼에서)


    LG


    "자동차 부품, 신에너지 분야 등에서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신규 성장 동력 발굴에도 꾸준한 노력 필요."(구본무 회장·3월 주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