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4000% 대우조선... 16년간 무슨 일이

    입력 : 2016.04.27 09:41

    [대주주 산업은행과 2000년부터 '기나긴 동거']
    産銀 "우리 직원 왕따"… 대우조선 "전문성 없이 남탓"


    - "현금 쏙쏙 들어오는 대우조선"
    2000년대초 환율효과로 실적 좋아 産銀, 배당수익만 2500억 챙겨
    2008년을 매각 시점으로 선택… 글로벌 금융위기 터져 협상 결렬


    - 느슨한 관리·방만 경영'합작품'
    최근 2년 6兆적자, 사내유보금 제로
    전직 관료·퇴직 임원 등 60명 비상근 임원 위촉, 급여 100억 지급


    최근 해운업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지목된 조선업이 부실해진 핵심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이 회사와 함께 '조선 빅3'로 통하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최근 2년간 해양플랜트(해저 석유·가스를 시추·발굴·생산하는 설비)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입으면서 10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지만, 상황은 다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각각 220%, 309%이다. 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4000%를 돌파했다. 대주주인 산은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작년 말 5조원의 금융 지원을 발표한 상태다.


    16년간 산업은행과 '동거'를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성 없이 느슨하게 관리한 대주주 산은과 단기 성과 중심으로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욕심만 낸 대우조선 전문경영인들이 빚은 참화"라고 분석했다.


    ◇16년째 끌어온 '산은·대우조선'의 동거


    산은과 대우조선이 '비정상적 동거'에 돌입한 것은 2000년이다. 1999년 대우그룹 붕괴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당시 대우중공업은 경쟁력이 있는 조선, 종합기계는 기업분할을 통해 떼내고 중공업은 청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자(子)회사로 떠안았다. 당시 산은은 대우조선의 호(好) 실적 덕분에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이익이 올랐고, 2000년 이후 배당 수익만으로 2500여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이 쏙쏙 들어오는 대우조선을 산은으로서는 서둘러 팔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매각 시점을 저울질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2008년을 매각 시점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매각 협상은 결렬됐다. 매각 시점을 늦춘 게 결국 화근이 됐다. 포스코그룹, GS그룹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힌 한화그룹은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이후 시황은 악화되기 시작했고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16년을 보내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주인 없이 회사가 경영되다보니 미래와 위기에 대한 대비가 취약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2년간 6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사내유보금은 제로(0)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사내 유보금이 각각 13조여원, 3조5000여억원인 것과 대조적이다.


    ◇느슨한 산은의 관리, 방만했던 대우조선 경영인


    지난해 산업은행이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대우조선해양 및 계열사 비상근 임원 현황'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60명을 고문, 자문역, 상담역 등의 이름을 붙여 비상근 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엔 전직 고위 관료와 국가정보원 간부, 예비역 장성, 대우조선의 퇴직 임원도 포함됐다. 대부분 자문 실적이 없는데도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주고, 자녀 학자금 지원, 시내 중심가 사무실 제공, 연간 2000만원대의 법인카드까지 제공했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가 보낸 CFO(최고 재무책임자)는 수박 겉핥기식 보고만 받은 채 순혈주의로 뭉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한테 '왕따'를 당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3년 임기로 재무담당 부사장을 파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은 물론이고 임원 인사 때도 청와대와 금융 당국, 정치권을 상대로 극심한 인사 로비가 벌어졌다. 2008년에는 산은이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감사실장을 선임하자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이 인사를 해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산은 관계자는 "우리의 감시를 견제하려고 정치권 인사들을 감사 등의 요직에 대거 앉혀 산은 쪽 손발을 모두 묶어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측은 "산은 파견자들 상당수가 조선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스스로 적응을 못해 놓고 지금 와서 남탓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된 기업에서는 방만 경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채권단의 관리 기간을 한정하는 등 제도를 보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