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海運동맹' 생존 위해 헤쳐모여... 한국은 손놨다

    입력 : 2016.04.26 09:39

    정부 구조조정 미루는 사이 국내업체 소외된 가운데
    글로벌 해운업계 동맹 재편… 現 4개서 3개로 바뀔듯


    한국업체 법정관리 들어가면 해운동맹서 자동 퇴출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내 양대(兩大) 해운사의 구조조정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동맹(alliance) 재편과 맞물리면서 점점 풀기 힘든 다차원 방정식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여러 업체가 동맹을 통해 선박과 노선을 공유하면서 한 회사처럼 전 세계 바다를 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운사 한 곳이 세계 모든 노선에 선박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영업을 하는 해운사가 해운 동맹에서 빠지면 일부 구간 서비스가 불가능해져 국제 경쟁에서 크게 밀린다.


    국내 해운사들은 자율 협약에 들어가기 위한 자구 노력 외에도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벌어지는 업체 간 '동맹 짝짓기'에서도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二重苦)'에 처한 것이다.


    ◇격변하는 해운 동맹 체제… 한진·현대, 한 배 탈 수도


    지금까지 글로벌 해운업계는 4개 해운 동맹 체제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각각 다른 동맹에 소속돼 있었다.<표 참조>



    하지만 최근 글로벌 해운 동맹에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내년 3월 글로벌 네 동맹의 계약이 만료되는 것을 앞두고 해운사 간 합종연횡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수송 능력 기준 글로벌 3~5위인 CMA-CGM(프랑스), 코스코(중국), 에버그린(대만)은 내년 3월부터 기존 동맹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동맹체인 '오션얼라이언스'를 결성하겠다고 이달 21일 선언했다. 글로벌 1·2위인 머스크(덴마크)·MSC(스위스)의 동맹인 '2M'은 건재한 가운데 나머지 동맹 간에는 새로운 '짝짓기'가 벌어진 것이다. 한진해운은 최근 급히 세계 6위인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해운 동맹을 맺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동맹(CKYHE)에서 제일 큰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이탈해버렸기 때문이다. 하파그로이드는 2M이나 새로 결성 중인 해운 동맹에서 빠져 있는 해운사 가운데 제일 규모가 크다. 제3 동맹이 하파그로이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하파그로이드는 현재 현대상선과 함께 해운 동맹 'G6'에 소속돼 있다. 한진해운이 하파그로이드와 동맹을 맺으면 현대상선과 같은 동맹에 속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양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정부 입장에서는 '하나만 살리는' 선택을 하기가 용이해진다. 소속 해운 동맹에 대한 비교 없이, 양사의 재무적 형편 등을 고려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미루는 사이 해운업계 재편 끝물"


    양대 해운사가 용선료 협상이나 출자전환에 대한 채권자 합의가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운 동맹에서는 사실상 자동으로 퇴출된다. 선박 등이 압류되면서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 동맹에 남게 된다 하더라도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는 이달 중순 현대상선이 참여하고 있는 해운동맹 'G6'에 "용선료와 사채권자 협상이 마무리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을 책임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한진해운의 자율 협약보다 더 중요한 건 해운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미적거리는 동안 우리 해운사들은 글로벌 동맹 가입 경쟁에서 밀려났다가 뒤늦게 막바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가 동맹 체제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정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운 동맹 재편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향후 파장 등을 점검만 한 채 대안 없이 끝냈다.


    ☞해운동맹(얼라이언스·Alliance)


    대양(大洋)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해운사들끼리 체결하는 공동 운항 서비스 협정 또는 이 협정을 맺은 선사들의 집합체를 뜻한다. 해운사 한 곳이 현실적으로 세계 모든 노선에 선박을 투입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해운동맹을 통해 보유한 선박과 노선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운동맹에 속하지 못하는 해운사는 국제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