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한국 시장 잡아라" 외국기업 속속 진출

    입력 : 2016.04.26 09:33

    한국 소비자 기술·유행에 민감… 시장 확대 위한 시험대로 인식
    국내 시장 규모도 많이 커져 中업체가 한국에 공장 짓기도


    미국 스프링침대 1위 업체 씰리침대는 올 연말 국내에 제품 생산 공장을 짓는다. 현재 본사에서 파견된 인력이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작년에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한국 매출이 20% 늘어나자, 본사에서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신제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씰리코리아 윤종효 대표는 "그동안 중국과 호주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하거나 국내 침대 공장에 제작을 의뢰해 생산했다"며 "본사에서 투자할 만큼 한국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기업에서 첨단 소재 기업까지 커지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생산 공장을 짓고 연구개발(R&D) 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내심으론 깐깐하고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면 배후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한국이 중국 진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한국에 R&D 센터와 생산 공장 지어


    세계 최대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인 이탈리아 인터코스 다리오 페라리 회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공동으로 경기도 오산에 건립 예정인 화장품 생산 공장과 연구센터에 대해 신세계 측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인터코스는 작년 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50대50의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다리오 페라리 회장은 오산 공장 설립에 대해 "변화에 민감한 한국 여성의 눈높이에 맞으면 비슷한 성향을 지닌 중국 등 아시아 여성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코스는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류를 등에 업은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통하지 않고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인식이 세계 화장품 업계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펌프 기업 윌로SE의 한국 지사인 윌로펌프 연구원들이 펌프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윌로SE는 프랑스에 있던 연구센터를 지난해 7월 한국으로 옮겼다. /윌로펌프 제공


    독일 펌프 기업 윌로SE의 한국 지사인 윌로펌프는 올 초 펌프 제어와 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30% 늘리는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프랑스에 위치했던 생활용 펌프 연구개발센터를 우리나라의 부산으로 옮겨왔으며 작년 11월엔 초고층 빌딩용 펌프 신제품을 우리나라에서 개발해 발표하기도 했다. 윌로펌프는 현재 30~40명 안팎인 R&D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윌로펌프의 김연중 대표는 "한국을 해외 거점 R&D 센터로 육성한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며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신제품을 개발하기엔 최신 기술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한국이 최고의 입지라는 것이 본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커진 한국 시장을 잡으려는 투자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지난달 경기도 안성에 1300억원을 투자해 축구장 30개 규모인 연면적 9만㎡의 부품물류센터 기공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BMW 자동차가 잘 팔리자, 자동차 정비센터에 부품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올 초 방한한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한국의 판매 증가율은 작년에 19%에 달하는 등 한국은 BMW에서 8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앞으로 전국 서비스센터에 보다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국내에 최첨단 소재 공장을 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유젠그룹은 작년 경북 포항에 4만㎡ 부지 규모의 메탈실리콘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유젠그룹은 전북 장수의 규석을 매입해 메탈실리콘으로 가공한 뒤 반도체와 태양전지 원료를 만드는 한화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에 자신을 가진 중국 소재 업체가 한 수 위로 여겨졌던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