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배터리 三國志... 기술의 한국, 日 제치고 세계 1위 노린다

    입력 : 2016.04.25 12:10

    [韓·中·日 3국 점유율이 95%]


    - 원천 기술 확보한 한국
    '주머니형 배터리' 세계 선두 주자
    한 번 충전해 600㎞까지 가는 배터리 제조 기술도 보유


    - '시장 선점' 日, 점유율 60%로 1위
    도요타 '프리우스'·닛산 '리프' 등 모기업의 전기차에 우선 납품
    다른 업체와 계약 맺는데 한계


    - 정부 지원 등에 업은 中
    전기車 배터리 등 자체 개발 성공
    한국보다는 한단계 낮은 기술, 배터리업체 성장속도는 가장 빨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4.8GWh(기가와트시)였다.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60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올해는 수요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63.3GWh, 2020년에는 최대 434GWh에 달할 전망이다. 434GWh 는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1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1000만대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8000만대 안팎)의 10% 이상이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는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시장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며 주도하고 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앞서가는 모양새지만, 한국(30%)과 중국(8%)이 일본을 빠르게 쫓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배터리 관련 원천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차 업체 수주를 많이 이끌어내 향후 3국 중 1위로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내년 이후에는 점유율에서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으로 승부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는 지난해 말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LG화학에 100점 만점에 93.6점을 주고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했다.〈그래픽 참조〉 삼성SDI는 87.5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선 순위에 없지만, 다른 조사업체는 SK이노베이션도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업체로 판단하고 있다. 네비건트리서치는 전 세계 배터리 업체의 전략, 실행력, 생산량, 판매량, 기술력, 가격 등 12개 분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현재 판매량 기준으로는 5~6위권에 그친 이들이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배터리 원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주머니형 배터리'의 세계 선두주자다. 20여 곳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삼성SDI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폭발 사고 위험성을 낮추는 세계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생산 능력에서도 업계 상위에 들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인 충북 오창 공장을 비롯, 미국 홀랜드 공장과 중국 남경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초 배터리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최근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에 2조~3조원을 투자해 반드시 글로벌 초일류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정철길 부회장은 최근 "올해 안에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시장 선점 효과로 선방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태동할 때 시장을 선점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에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사인 PEVE사(社)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닛산 '리프' 모델에는 닛산과 일본전기주식회사(NEC)의 합작사인 AESC사(社)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프리우스는 1997년 첫 출시 이래 지금까지 350만대 가까이 팔렸다. 리프는 2010년 출시 이후 20만대 이상 팔려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렸다.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2003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지난해까지 전 세계 10만대 이상 팔렸다.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가장 큰 점유율을 쥐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것이 일본 업체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PEVE와 AESC는 모기업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인 만큼, 모기업 자동차에 우선적으로 납품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자동차 업체와는 계약을 맺기 어려운 것이다. 벤츠, BMW, GM ,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3사와 공급 계약을 맺는 이유다.


    ◇중국은 막강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지원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5만8838대를 팔아 테슬라(5만1076대)와 닛산(4만6360대)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고속성장의 배경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 업계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전기차 내수시장은 지난해 31만3000대로 이미 미국·유럽을 제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내연기관 엔진 기술 개발이 늦어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어 바로 전기차를 지원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BYD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전기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기술력에선 한국·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BYD의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한국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는 한 단계 낮은 기술로 평가받는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체의 성장 속도는 3국 중 가장 빠르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2020년까지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57%씩 성장해 6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라며 "특히 IT 기기용 소형 전지 배터리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술적으로 국내 업체를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YD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 전망치(1조원), 삼성SDI 전망치(7000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