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

    입력 : 2016.04.25 11:24

    "신흥시장서 잃은 땅 회복해야"
    애플 이어 삼성·LG전자도 30만~40만원대 신제품 앞다퉈 내
    中·인도 현지 업체들이 장악한 중저가폰 시장서 육탄전 예고


    삼성전자가 다음 달 중국에 저가(低價) 스마트폰 '갤럭시C'(가칭)를 내놓는다. 5.2인치 화면에 가격은 300달러(약 34만3000원) 정도다. 삼성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7을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출시하는 새 스마트폰을 저가형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은 기존 갤럭시A·E·J와 함께 4종으로 늘어난다.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이 중저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LG전자, 미국 애플도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화웨이에 밀렸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애플·삼성·LG, 앞다퉈 중·저가 출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 중에서 올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프리미엄 고수 정책을 접고 지난달 첫 중저가폰인 '아이폰SE'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역대 아이폰 제품 중 가장 싸다. 4인치 화면의 아이폰SE는 미국에서 보조금 없이도 399달러(약 45만6200원)에 판매된다. 이 제품은 고가폰인 아이폰6s에 비해 화면 크기만 줄었을 뿐 기능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올해에만 400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C 출시와 함께 기존 중저가 라인업(갤럭시A·E·J)에서도 새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은 금속 소재를 활용한 A시리즈부터 저가 시장을 겨냥한 J·C 시리즈까지 시장 수요에 맞춰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역시 최신 스마트폰인 G5의 보급형 버전인 'G5 SE'를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G5와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범용 부품을 사용해 가격대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남미와 러시아 시장에 먼저 제품을 출시하고, 앞으로 중국·인도·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장 정체기 타개책은 시장 개척뿐


    각 업체가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인도가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전망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도 한 요인이다. 애플은 작년 4분기에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으로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 1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한 삼성 역시 속사정은 비슷하다. 갤럭시S7을 예년보다 한 달 빨리 출시하는 덕분에 반짝 매출 상승효과가 있었으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2·3분기에는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했던 LG전자 역시 남미와 러시아·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실지(失地)를 회복하지 못하면 부진이 장기화할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는 갤럭시S7을, 신흥국에는 중저가 제품군 위주로 판매하는 전략"이라며 "올해는 신흥시장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공략하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고가와 중저가로 구분돼 있었고 각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도 달랐지만, 올해는 모든 업체가 모든 시장에서 맞붙는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샤오미·화웨이·ZTE(이상 중국)와 마이크로맥스·인텍스·라바(이상 인도) 등 현지 업체들이 선두권을 장악한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치열한 육탄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중저가폰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준수한 성능의 제품을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라며 "비용 관리를 잘하는 기업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