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코스닥' 다시 불붙을까

    입력 : 2016.04.21 09:39

    ["700대 안착 가시화" "추세 상승 아니다"… 엇갈리는 전망]


    유가·글로벌 증시 안정 효과, 외국인 순 매수액 5268억원
    '고수익' 노리는 투자자들 유입… 한 종목만으로도 지수 크게 왜곡
    시장 이끌 만한 종목·업종 없어 "핀테크 등 저평가된 우량주 주목"


    작년 상반기 '불타는 코스닥'이라고 불릴 정도로 활황세를 탔던 코스닥 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달 19일 코스닥지수는 8개월 만에 700 고지에 올랐다. 20일에는 중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하면서 699.86에 마감하기는 했지만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가신 건 아니다. 일부에선 "700 선 안착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률이 높다. 최근 저점인 2월 12일 이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15%로, 코스피지수 상승률(9.3%)을 훨씬 넘어선다.


    코스닥 시장에서 700 선은 심리적 안도감을 주는 선과 같다. 코스닥지수는 작년 7월 788.13을 기록한 뒤 8월 중순 글로벌 증시 약세로 급격히 주저앉았다. 이후 9월부터 한동안 640~690을 오가다 올 2월 12일 중국발(發) 증시 쇼크로 장중 600 선까지 내주기도 했다. 그랬던 코스닥지수가 최근 '심리적 저지선'인 700 선을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제약 등 상승을 주도한 업종이 있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눈에 띄는 업종이 없어 현재의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가 많다.


    ◇코스닥 시장 외국인 매수 늘어


    최근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를 탄 데는 연초에 요동치던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은 영향이 크다. 20일 현재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211조9450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약 8분의 1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다 보니 유가증권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 움직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연초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국제 유가가 40달러 선까지 올라오면서 미국·유럽·중국 증시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지난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외국인 순 매수액이 5268억원에 이른다.


    연초 이후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종목도 많다. IT 업체 에스아이티글로벌이 연초 주가(6300원)의 5배가 넘는 3만4850원을 기록 중이고, 엠젠플러스 등도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이 250%가 넘는다. 디스플레이 업체 아이디에스(-87%) 등 주가가 폭락하거나 반토막 난 종목도 상당수지만, 코스피 종목들보다 주가 변동 폭이 큰 만큼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도 꾸준히 코스닥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코스닥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신용거래로 대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돈인 신용 융자 잔액은 최근 7조원을 넘어섰는데, 코스닥 신용 융자 잔액(약 3조8000억원)이 코스피(약 3조2000억원)보다 많다.


    ◇지수 상승 이끄는 종목 안 보여


    그러나 코스닥지수가 700 선에 다다랐는데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700대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장 규모가 작아 시가총액이 큰 특정 종목의 급등락에 지수가 과도하게 오르내리는 만큼 코스닥지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유통 주식 수가 극히 적은 코데즈컴바인의 주가가 특별한 호재 없이 이상 급등을 거듭하며 지수를 왜곡하기도 했다. 700 선을 회복한 19일도 코데즈컴바인이 8% 넘게 오르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관리 종목 등은 지수 산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최근 코스닥지수 상승은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 그간의 부진을 일부 만회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코스닥 활황은 제약·바이오 종목이 주도했는데, 올해는 시장을 이끌 만한 뚜렷한 주도 종목이나 업종이 보이지 않고,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 여건)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코스닥 중소형주가 올해는 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 변동 폭이 큰 올해 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도 핀테크 종목 등 주가가 저평가된 우량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