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투자, 7조원 넘었다

    입력 : 2016.04.20 09:23

    돈 빌려 주식 사고 오르면 차익… 저금리·박스권에 신용거래 늘어
    신용융자 잔액 올해 들어 최고치


    폭락장 오면 돈도 주식도 잃어… '투기적 거래' 손실 위험성 알아야


    주식투자를 위해 빚을 낸 액수가 7개월여 만에 7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주가 등락 폭이 미미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과도한 신용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조912억원에 달한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지난 8일 작년 8월 이후 7개월여 만에 7조원을 넘어선 이후 7조원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적었던 2월 19일(6조2740억원)과 비교하면 10%나 늘었다.


    신용융자는 통상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살 때 늘어난다. 만약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투자 판단이 빗나가 폭락장이 오면 한순간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코스닥서 주식 빚 투자 빠르게 늘어


    신용융자 금액은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말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는 1조6887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2조1919억원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작년 말 유가증권시장 3조340억원, 코스닥시장 3조4897억원으로 역전됐다. 올 들어서는 연초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이 유가증권시장보다 3000억원쯤 많게 유지되다 최근 들어 그 격차가 5000억원쯤으로 벌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면 단기간에 수익률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와 반대로 주식을 빌려 파는 신용거래대주 잔액도 늘고 있다. 올해 초 193억원 규모였던 신용거래대주 잔액은 지난 15일 309억원까지 늘어났다. 대주 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 등이 가진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내리면 되사서 주식을 갚고 차액을 얻는 방식이다. 신용융자와는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대주 거래를 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다. 신용융자와 베팅 방향은 다르지만 빚 내서 주식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똑같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 연 5~12% 금리 부담


    신용융자로 돈을 빌려 투자한 경우에 주가가 예상과 달리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증권사는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팔아서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이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투자자의 계좌는 현금도 주식도 사라지는 '깡통'이 될 수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보다 주가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거래는 위험성이 더욱 크다.


    증권사에 내는 이자도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앉았지만 신용융자 금리는 여전히 높다. 키움증권은 1~15일간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금리가 연 12%고, KB투자증권도 11.7%에 달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연 5~9%대 이자를 받고 있다.


    ◇"투기적 거래 지양해야"


    상승장이라면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는 게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다 개인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시장에 투자하는 데 제한이 많아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느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과 달리 주가가 움직이면 신용거래 투자자들은 뜻밖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펀드 등에 투자할 때 투자 성향에 따라 위험성이 높은 펀드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신용융자 거래에서도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거래 여부나 규모를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