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사망 위자료' 더 높인다

    입력 : 2016.04.19 09:41

    [할증 기준 등 자동차보험 개선]


    소득 수준 높아진 것 등 고려 사망 등 인적손해 보험금 높이기로
    이륜·사륜·SUV 등 종류별로 차량 위험도 평가, 보험료 차등화


    지난 3월 40대 운전자 A씨는 서울 노원구 도로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 반대편 1차로에서 직진으로 달려오던 차량(운전자 B)과 부딪혔다. 두 사람 모두 무(無)사고 경력에 같은 차종을 몰고 있었다. 이런 사고의 경우 법원 등에서 적용하는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르면 A씨의 과실이 80%, B씨의 과실은 20%이다. 2010년 이전에는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100% 과실 책임을 졌는데, 이후 직진 차량도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이유 등으로 과실비율이 조정됐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보험 할증 기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내년에 올해보다 30% 정도 할증된 자동차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사들이 사고가 누구의 잘못인지 과실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동일한 할증률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제도이지만 계속 유지해왔던 이유는 과실비율을 따지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할증 기준을 뜯어고치겠다고 18일 밝혔다. 사고에 대한 책임이 큰 운전자의 보험료를 더 많이 올리고, 책임이 적은 운전자는 적게 올리는 식으로 할증률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중심이 된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고 책임 높으면 보험료 크게 오른다


    현재 자동차보험 할증제도는 '점수제'다. 보험회사들은 대인 사고의 경우 사망 사고와 부상 사고로 구분한다. 부상 사고는 사고의 경중에 따라 1~14급으로 차등화된다. 사망 사고는 한 건당 4점이, 부상 사고는 급수에 따라 1~4점이 부과된다.


    물적 사고의 경우도 보험 가입 시 계약자가 선택한 금액 기준을 초과했는지에 따라 건당 0.5점 또는 1점이 부과된다. 예컨대 자동차끼리 접촉 사고가 나서 상대방 운전자가 부상을 당해 대인 사고 등급에서 14급을 받고 물적 피해는 없다고 하면, 14급에 해당하는 벌점 1점만 받게 되고 각 보험사에서 이 점수에 해당하는 할증률을 적용한다. 그런데 현행 할증 제도는 사고가 누구의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따지는 과실률이 할증 보험료 계산에 반영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같은 비율로 보험료가 할증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는 그동안 점수제가 불합리하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금감원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는 과실비율을 반영해 보험료 할증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과실이 얼마일 때 어느 정도로 보험료가 할증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보험개발원에 관련 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다.


    다만 할증 기준은 과실 비중과 어느 정도 유사한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A씨와 B씨의 과실이 80%와 20%라면, 보험료 할증률이 각각 60%, 10%처럼 차등화된다는 것이다.


    ◇인명 피해 관련 보험금 높아진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이 같은 인적 손해에 대한 보험금도 지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금액이 수년간 변하지 않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약관에 따르면 사망 위자료는 최대 4500만원이다. 이는 법원의 판례에서 사망 위자료를 8000만~1억원까지 인정해주고 있는 것의 절반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년간 소득수준이 높아진 것과 법원의 판결을 고려해 인적 손해에 대한 보험금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에서 형사합의금을 보험금으로 대신 내주는 '법률비용 지원' 특약 상품에 대한 개선도 이뤄진다. 이 상품에 가입한 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면, 보험사는 이 사실을 확인한 뒤 가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당장 합의금을 내기 힘든 가해자의 경우 특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대출을 받거나 구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금감원은 앞으로 합의서 등 일정 요건이 갖춰졌을 경우 보험회사가 가해자 대신 피해자에게 직접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사고 위험이 높아 보험사들이 보험 인수를 꺼릴 때 사용되는 공동인수제도(보험사가 공동으로 자동차보험을 인수하는 것)도 개선된다.


    현 제도에선 차량별 위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륜차, 사륜차, SUV 등 차량 종류별로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보험료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