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부 개발자와 합작... 삼성, 마트와 제휴

    입력 : 2016.04.19 09:26

    [다른 IT 기기·서비스끼리 손잡아… 友軍 통해 제품 차별화]


    LG, 'G5' 주변기기 장터 만들어 중소 개발자에게도 판로 기회 줘
    삼성, 터치패드 장착한 냉장고… 바로 식재료 주문하고 음악 감상


    LG전자는 18일 'LG프렌즈닷컴'이라는 온라인 장터를 열었다. 소비자가 신제품 스마트폰 G5에 끼워 쓰는 각종 주변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G5는 다양한 주변 기기를 바꿔가며 결합할 수 있는 '모듈식'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장터에서는 LG가 직접 개발한 제품뿐 아니라 협력사나 개인 개발자들이 만든 주변 기기도 인증 절차를 거쳐 판매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 개발자들에게 LG 이름의 장터를 개방해 판로(販路)를 넓혀 주고 LG 스마트폰 판매량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IT(정보기술)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생태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과 손잡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에 차별화 된 기능을 담기 위해 우군(友軍)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뭉쳐야 산다' 생태계 확장 전략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스마트폰 'G6'에도 모듈식 디자인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G5의 모듈이 소비자가 계속 LG 스마트폰을 쓰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조준호 사장은 "G6에서도 G5 모듈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어댑터 등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모듈이 많이 나와서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어야 한다. LG전자가 모듈을 모두 만들어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개발자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패밀리 허브' 냉장고도 생태계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다. 이 냉장고는 냉장실 문에 21.5인치짜리 터치 화면이 달려 있다. 여기에 앱(app·응용프로그램)을 불러와 식재료를 주문하고, 음악·영상과 같은 콘텐츠도 감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능을 위해 롯데마트·이마트와 제휴하고 네이버의 쇼핑 서비스와도 손을 잡았다. 디지털 음악 서비스 벅스의 앱도 탑재된다. 해외에 이 제품을 출시할 때는 현지 쇼핑·콘텐츠 업체와 제휴해 인기 있는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서병삼 부사장은 "저장 중심의 기존 냉장고를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도 협력사 제휴 확대


    글로벌 IT 기업들도 생태계 확장 전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액션캠(레저 활동에 주로 쓰이는 소형 캠코더)을 만드는 미국 고프로(GoPro)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100여개 기업과 손잡고 '고프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다른 회사들이 자사 캠코더를 사용한 제품·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해주는 범용 소프트웨어, 거치대 등을 발표했다. 이들을 활용한 34개 제품 사례도 소개했다. 예컨대 완구업체 피셔-프라이스는 유아용 보행기에 고프로 거치대를 활용해 3개의 캠코더를 장착했다. 이 제품을 쓰면 부모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손에 들고 아기에게 들이대지 않아도 세 방향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는 지난달 독일의 명품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와 함께 만든 신제품 스마트폰 'P9'를 발표했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이 된 카메라를 라이카와 공동 개발하면서, 라이카의 고급 제품 이미지까지 가져왔다.


    생태계 확장 전략이 주목받는 것은 제품 하나의 기능이나 디자인만으로는 차별화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모듈식 디자인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KAIST 이병태 교수(경영학과)는 "고객에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선택권을 늘리고, 제조사는 판매량을 늘리는 '윈윈(win-win)' 전략"이라며 "기반이 되는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는 직접 만들고, 연결되는 기기 개발은 외부에 맡기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