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이야? 화장품이야?... K뷰티 대열에 뛰어든 제약업계

    입력 : 2016.04.18 09:36

    보톡스와 주름 개선 효능 같지만 30~50% 저렴한 제품 수출 늘어
    세계 최대 美시장 진출도 추진
    성형 보형물 '필러' 국내 시장도 토종 제약사들이 50% 이상 차지
    미백·보습 등 기능성 화장품에 치료 기능까지 넣은 제품 잇따라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 885억원에 영업이익 517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0.9%로 상장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9.8%)의 6배가 넘는다. 중견 제약업체 휴온스와 바이오 벤처 휴젤도 지난해 각각 2450억원, 65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성형외과에서 미용(美容) 성형에 사용하는 의약품을 주로 만들어 판다는 것.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대신, 성형용 의약품인 '뷰티 드러그(Beauty drug·미용 의약품)'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일동제약·JW중외제약 등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제약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약 개발을 하면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코스메슈티컬(치료 기능이 있는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한마디로 화장품과 제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형용 약품시장에 뛰어든 한국 제약사들


    메디톡스는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의 주름 개선 치료제 '보톡스'와 같은 효능을 가진 '메디톡신'을 판매한다. 메디톡신은 한국 주름 개선 치료제 시장의 40%를 차지한 1위 의약품이다. 일본, 태국 등에서도 보톡스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최근 중국과 대만에도 진출했다. 이 제품은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직접 개발한 덕분에 보톡스와 비교하면 30~50%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만든 휴젤도 보톡스와 비슷한 '보툴렉스'로 5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했다. 의학계 인맥을 활용해 단숨에 시장에 안착했다. 대웅제약 역시 자체 개발한 주름 개선 치료제 '나보타'로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내년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름 개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아직 10곳 미만"이라며 "전 세계 60여개국에 7000억원 규모의 나보타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말했다.



    주름 등 근육 세포를 마비시키는 보톡스와 달리, 이마나 코 등의 꺼진 부위를 채워주는 '필러(보형물)'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1000억원 규모인 한국 필러 시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JW중외제약은 후발 주자임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한 '엘란쎄'를 앞세워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LG생명과학은 중국·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에 필러를 수출하며 지난해 이 제품으로 3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휴온스도 중국에서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필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간 25% 이상 성장하는 시장


    병원·약국용 화장품은 이미 제약사들의 경연장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최근 1~2년 새 기능성 화장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은 작년 12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피부 미백과 주름 개선 기능을 가진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을 선보였다. JW중외제약은 병원에 납품하는 피부 보습제인 '로벡틴'을 내놨고, 동국제약은 자외선 차단제 '셀텔리안24'를 선보였다. 대웅제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화장품 브랜드 '이지듀'와 '차앤박'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제약사가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만 국내에 수십종이 넘는다. 이들 업체는 '코스메슈티컬'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일반 화장품에 피부 재생과 같은 '치료' 기능까지 넣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뷰티 드러그나 코스메슈티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제약사의 강점을 살려 빠르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시간이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아 섣불리 뛰어들기 힘들다"면서 "반면 뷰티 드러그와 코스메슈티컬은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단기간에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뷰티 드러그는 연간 25~30%씩 성장하는 시장이다.


    게다가 화장품은 의약품과 달리 엄격한 규제가 거의 없다. 다만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들의 평가를 넘어서기가 어렵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성공한 국내 제약사 화장품은 거의 없다"면서 "제품의 효능이 확실하게 인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뷰티 드러그·코스메슈티컬


    아름다움(beauty)과 약품(drug)을 합성한 용어인 뷰티 드러그는 성형외과에서 미용을 위해 쓰는 의약품을 뜻한다. 반면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용어. 의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 성분을 이용해 만든 ‘치료 화장품’이라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