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뒤흔든 '태후 앓이'... 송중기 살고 아쉬움만 남았네

    입력 : 2016.04.15 09:47

    [韓流히트작 '태양의 후예'의 明暗]


    시청률 34.8%, 개표방송보다 높아… 사전제작 드라마로 첫 성공사례
    순정파 특전사 '유시진' 캐릭터… 中·日서 한류 열풍 되살려내


    비현실적 전개와 과한 간접광고… 한국드라마의 고질병 극복 못해


    "치열했던 총선 삼국지의 승자는 송중기였다."


    전국이 총선으로 들썩여도 시청자의 마음을 저격한 건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였다. 마지막 회를 하루 앞둔 13일 '태후'는 동시간대 방송한 지상파 개표 방송 셋을 모두 합한 것(23.2%·닐슨코리아)보다 높은 시청률(34.8%)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석 달간 전국을 '태후 앓이'에 빠지게 한 이 드라마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한류 열풍을 되살렸다. 하지만 방영 내내 '이야기가 부실하다'는 등 비판 역시 계속됐다. 어제 종영한 '태후'의 성공이 가진 명암(明暗)을 짚어봤다.


    13일 방영된 '태양의 후예'에서는 전사한 줄 알았던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살아돌아오는 장면이 방영됐다. 드라마 말미로 가면서 유 대위가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가 살아오는 전개가 반복되며 억지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 제공


    ◇明:꺼져가던 한류 재점화


    '태후'는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뚜렷한 히트작이 없었던 한류 드라마의 명맥을 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태후'를 독점 공개한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는 방영 이후 신규 가입 회원이 500만명 이상 늘었다. 드라마는 일본 등 32개국에 판매되며 승승장구 중이다. 제작사 NEW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와 조회 수가 많이 나올수록 돈을 더 받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14일 현재 총 조회 수 25억회를 넘겼다. 아이치이에서 '태후'를 보려면 연회비 198위안(약 3만5000원)을 내는 VIP 회원권을 사야 한다.


    사전 제작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단 점도 고무적이다. '태후'는 제작비 130억원이 든 대작이지만 중국 등 해외 선(先)판매와 간접광고 계약 등으로 방영 전 제작비를 거의 회수했다. 제작사와 KBS는 드라마 한 편으로 광고는 물론 각종 부대 수입까지 합하면 100억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쪽대본'으로 쫓기듯 촬영할 일도 없어 방영 중에 해외 홍보 활동까지 하며 '태후 열풍'을 더 키울 수도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숙 연구원은 "한류 같은 문화적 트렌드는 결국 하나의 대형 히트작이 다른 콘텐츠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져야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暗:여전히 아쉬운 완성도


    '태양의 후예'의 또 다른 주연인 진구(오른쪽)와 김지원 커플도 '구원 커플'이란 애칭을 얻으며 사랑받았다. /KBS 제공

    결국 연애 얘기로 귀결되는 부실한 서사나 과도한 간접광고 같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은 '태후'도 극복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는 "손발이 오글거려도 송중기 때문에 '태후'를 본다"는 평이 많았다. '태양의 후예' 역시 이전의 한류 드라마 성공 패턴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겨울연가'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이전의 한류 드라마 역시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둔 경우다. 재벌이나 출생의 비밀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여주인공에 헌신하는 특전사 소속 유시진 대위의 캐릭터는 이전 한류 드라마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후반부에 들면서 송중기가 거듭 죽음의 위기에서 부활하는 모습이 방송되자 '불사조 막장'이라는 등 비아냥까지 들었다. 거기에 한 회에 10개 브랜드의 간접광고를 몰아넣는 등 무리수가 속출하며 극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공영방송 KBS도 이례적으로 9시 뉴스에 송중기를 출연시킨 뒤 "마음에 드는 여자 캐릭터는 누구냐"는 등 가십성 질문을 해 '자사 드라마 홍보에 뉴스까지 동원한다'는 등 비판을 받았다.


    사전 제작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겼다. 강원도 태백에 지었던 세트장을 촬영 후 철거해버렸는데 이후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태백시가 철거한 세트장 복원에 나선 것. 물론 '예산 낭비' 논란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