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눈앞에 띄우고 原電에 들어가고... MR 가상체험 기술 뜬다

    입력 : 2016.04.12 10:33

    [뉴 테크놀로지] VR보다 차원 높은 복합현실 MR


    안테나 달린 선글라스 쓰면 실제 공간에 입체영상 보여
    보는 사람 위치 따라 영상 전환, 입체 공간 속에 들어간 느낌… 해상도는 풀HD TV의 4배
    기존 건설·기계 설계도와 호환… 다양한 건물·장비 불러올 수도


    지난 8일 경기도 일산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가상실증실험실. 실험실 전면과 좌우, 바닥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철거를 앞둔 원자력발전소 내부가 비치고 있었다. 안테나가 달린 선글라스를 쓴 연구원들은 스크린 이곳저곳을 살피고 바닥 부분을 내려다보며 의논을 거듭했다. 서명배 건기연 융합연구소 팀장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원자력발전소에 사람이 실제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이 실험실에서는 원전 내부에 있는 것처럼 구석구석을 살피고 철거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공간 걸어가며 체험 가능


    가상실증실험실에서 사람들이 가상공간을 실제 현장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은 '복합현실(MR·Mixed Reality)' 기술 덕분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삼성VR 등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기들은 입체화면을 눈앞에 보여준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장면을 볼 수 있지만, 공간 속을 걸어가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화면을 보는 것처럼 감정을 공유하기는 힘들다. 의자에 고정된 관람객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MR 기술로 만든 영상은 다르다. 사람들은 걸어가는 속도와 시선의 위치 등에 따라 각기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 여럿이 같이 걸어가며 볼 수도 있다.



    가상실증실험실의 MR 시스템은 3D(입체) 변환 소프트웨어와 트래킹(추적) 장치, 디스플레이 장치, 컴퓨터 연산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3D 변환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화면이라는 평면에 구현된 건물이나 시설, 장비 등에 위치 정보를 입력해 실제 공간 속의 사물과 같이 바꾼 뒤 프로젝터(영사기)로 보낸다. 기존에 건설이나 기계 설계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과 호환되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이나 장비의 모습을 손쉽게 가상현실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트래킹 장치는 입체 안경에 위치 송·수신기가 달려 있는 형태이다. 이 안경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입체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는 안경을 쓴 사람 개개인에게 맞도록 눈앞의 화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해준다.


    프로젝터 4대는 전면뿐 아니라 좌우, 바닥까지 재현한다. 계단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공중에 떠서 높은 곳의 사물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빌딩을 아예 들어올려 아래쪽에서 위를 올려다보거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해상도는 풀HD(초고화질) TV의 4배에 이른다.


    MR 기술은 건설은 물론 산업, 재난, 예술 등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 주오대(中央大) 연구실은 해안가 지역에 쓰나미(지진해일)가 밀어닥칠 때의 모습을 구현하거나, 지진이 일어날 경우 건물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데 M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마케트대는 MR 기술을 이용해 의료 현장이나 미술관 등을 구현하고 있다. 위험한 수술을 미리 체험하고, 먼 거리에 있는 미술관의 작품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화성 표면을 걷는 느낌도 제공


    우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MR 기술도 있다. 지난달 말 미항공우주국(NASA)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목적지 화성'이라는 체험 공간을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MS의 MR 기기 '홀로렌즈'를 쓰고 실제 화성 표면을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홀로렌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과 홀로그램(입체 영상)을 겹쳐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홀로그램은 별도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하지만 홀로렌즈는 쓰고 있으면 원하는 위치에 입체 영상을 불러낼 수 있다. NASA는 '목적지 화성'에서 아폴로 11호 우주인인 버즈 올드린을 홀로그램으로 구현, 관람객을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시켰다.


    산업 현장에도 사용된다. 미국 유통업체 로우스는 MS의 홀로렌즈를 고객의 쇼핑을 돕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가구나 가전제품을 자신의 집에 배치하면 어떻게 될지 홀로렌즈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산업 디자인 프로그램 업체 오토데스크의 '퓨전 300' 소프트웨어는 설계하고 있는 각종 기계나 자동차 등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 될지를 홀로렌즈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