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재산"... 인재 모셔오려 M&A

    입력 : 2016.04.11 09:34

    [IT업계 '인재 인수' 잇따라]


    카카오·라인의 새 사업 首長들, 창업한 벤처가 인수돼 합류한 것
    "우수인재 1명이 사업 성패 좌우"
    스카우트보다 비용도 더 적고 축적된 팀워크까지 영입하는 셈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에서 차기 핵심 사업인 카카오택시·대리운전을 총괄하는 인물은 정주환 부사장이다. 정 부사장은 작년 카카오택시 사업을 맡아, 1년 만에 800만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의 메신저 자(子)회사 라인의 글로벌 전략은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가 맡고 있다. 신 대표는 라인 성공의 1등 공신이다. 라인은 대만·인도네시아·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변신을 이끄는 정 부사장과 신 대표에겐 공통점이 있다. 본래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사한 것이 아니라, 벤처 기업을 창업했다가 자신의 회사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팔리면서 합류했다는 점이다. 정 부사장은 벤처업체 써니로프트를 창업했다가 2013년 카카오에 회사를 팔고 합류했다. 신 대표는 네이버와 검색 경쟁을 했던 첫눈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가 회사의 인수·합병과 함께 자연스럽게 네이버의 임원이 됐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인재 인수(키워드 참조)'가 화두(話頭)다. 인재 인수는 벤처 기업의 사업보다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개발자나 기획자 한 명이 기업의 신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감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대신 인재(人材) 위한 기업 인수 늘어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지난 2개월 사이 일본·태국 등에서 연이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를 내놨다. 신규 사업 진출을 이끄는 이들은 네이버 본사 출신이 아닌, 1년 전에 라인이 인수한 벤처기업 웹페이홀딩스 출신 인재들이다. 라인은 웹페이홀딩스를 인수한 뒤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이들에게 라인 페이 사업을 맡겼다. 라인 입장에선 웹페이홀딩스가 하던 사업이 탐나서가 아니라, 이 기업의 인재들이 필요해서 인수했던 것이다.


    카카오는 벤처기업 로티플, 울트라캡숑 등을 연달아 인수했으며 합류한 직원들은 대부분 카카오택시·카카오 드라이버 등 신사업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활약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도 작년 3월 결제·멤버십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BNS웍스의 모바일 결제 조직을 따로 떼내 인수했다. 인수를 통해 영입한 개발자·기획자 13명은 SK플래닛의 결제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을 맡고 있다.


    '인재 인수'는 개발자의 개인 역량이 중요한 게임 업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년 넷마블게임즈의 최고 흥행 게임 '레이븐'은 '인재 인수'의 성공 사례다. 이 게임을 만든 이들은 본래 에스티게임즈라는 군소 게임 업체 직원이었다. 넷마블은 3년 전 이 게임업체를 인수해 '레이븐'을 개발하도록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 업계 특성상 '사업=인재'라는 등식이 성립해 좋은 인재를 보고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인재 인수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2014년 사진 분석 기술을 지닌 젯팟을 인수하자마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인력들을 사진 검색과 개인 비서 서비스인 구글 '나우' 등으로 분산 배치시켰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구글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M&A를 통해 221명의 핵심 개발자를 스카우트했다.


    ◇스카우트 비용보다 M&A가 효율적


    IT업계에서 인재 인수가 활발한 이유는 최고 수준의 개발자·기획자를 영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IT·게임 업체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금융 등 다른 대기업들도 IT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서는 데다, 창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능력 있는 인재들은 대부분 취직보다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력 시장에 우수 인재가 점점 희소해지고 있는 것이다. IT업체 고위 관계자는 “시간, 비용을 낭비하는 스카우트보다 M&A를 통해 데려오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또 벤처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인재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오는 장점도 있다.


    네이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재 인수는 뛰어난 인력 영입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벤처 기업의 축적된 기술과 개발팀의 협업 능력까지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다"며 "앞으로 인재 인수는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 인수(Acq-hire)


    기업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는 사업적인 효과를 목표로 한다. 인재 인수는 피(被)인수 기업이 보유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인수'를 활용한다. 인재 인수로 영입된 인력들은 신사업 분야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