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제조업... '스마트 공장'이 4차 산업혁명 이끈다

    입력 : 2016.04.11 09:28

    자동차 피스톤 만드는 제조업체
    스마트 공장 시스템 구축 후 생산 25% 늘고 불량률 10분의 1로
    제조 단계별로 센서가 문제 발견, 실시간으로 불량품 잡아 비용 절약
    지멘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 스마트 공장 확대 경쟁 치열


    경기도 안산시 반월·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동양피스톤은 지난해 종업원 950명이 매출 3600억원을 올렸다. 1인당 매출은 3억8000만원이다. 자동차용 피스톤을 만드는 전통 제조업체가 웬만한 IT(정보기술) 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린 것이다. 비결은 기계끼리 대화를 통해 스스로 최적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덕분이다.


    알루미늄 용액을 금형에 붓는 주조(鑄造) 작업부터 피스톤 모양으로 성형하는 가공, 납품·출하 관리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정보화돼 있다. 공장 내 조립 기계마다 많게는 수십 개의 센서가 달려 있다. 센서들은 조립 기계에 투입되는 부품과 산출품의 크기·무게·모양 등을 정밀 측정해 중앙 컴퓨터로 전송한다. 중앙 컴퓨터의 인공지능(AI)은 실시간으로 전 공정을 제어한다.


    정부가 '대표 스마트 공장'으로 지정한 경기 안산 반월시화공단의 동양피스톤 공장 내부. 이곳에서는 알루미늄 용액을 금형에 붓는 작업부터 피스톤 모양으로 가공해 납품하는 등 모든 공정을 기계간 실시간 통신을 통해 제어하고 있다. /동양피스톤 제공


    이 회사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스마트공장 시스템 구축에 5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 효과는 확실했다. 스마트공장 전환 이전과 비교해 지난해 생산량은 25%, 매출은 50% 각각 올랐다. 불량률은 10분의 1로 줄었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업체에 피스톤을 납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동양피스톤을 '대표 스마트공장'으로 지정해 중소·중견기업의 견학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기에너지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경성하이테크는 지난해 자재 추적, 납기 관리, 생산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불량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원재료·완제품의 재고도 29% 감소했다. 실시간 생산·납품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필요없는 재고를 쌓아놓지 않아도 된 것이다.


    ◇기계끼리 대화…최적의 공정 구현


    스마트공장은 기계끼리 대화를 통해 최적의 공정을 구현해낸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을 예로 들어 보자. 기존 제조 공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모든 공정을 거쳐 최종 제품이 나와야만 불량 여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불량품이 발견될 때까지 수백, 수천 개의 똑같은 불량품이 나와도 이를 발견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에선 각 제조 단계마다 스마트센서가 문제점을 발견해 바로 전(前) 단계 조립 기계에 새로운 공정 지시를 내린다. 실시간으로 불량품을 잡아낼 수 있어서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 개발과 기획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시제품을 만들지 않고도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제품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공장 내 조립 기계들이 저마다 부착된 센서를 활용해 서로 대화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교정하는 일종의 기초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며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살아있는 공장'을 구현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멘스·벤츠 등 스마트공장 구축 경쟁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Amberg) 공장은 스마트공장의 선도 사례로 꼽힌다. 고성능 자동화 설비와 관리 시스템 간의 실시간 연동으로 1000여 종의 제품을 연간 1200만 개 생산한다. 생산 제품 100만 개 가운데 불량품은 12개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LS산전이 스마트공장 선도 기업으로 평가된다. LS산전 청주공장에서는 생산·자재·품질 정보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설비 자동제어를 통해 1일 38개 품목, 2만 개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데, 에너지는 과거보다 60% 절감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스마트공장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9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 앨라배마에 위치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제조공장을 확장하는 데 13억달러를 투자했다. 제조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화하는 스마트공장 계획의 일환이었다.


    BMW는 전기차 i3 제조 공정에 스마트공장 개념을 도입했다. BMW i3 생산 현장에서는 기계와 설비가 대부분의 일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사람은 중간중간 필요한 조치나 기계가 하기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수준으로 일한다.


    스마트공장을 핵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 노력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인터넷에 국한됐던 ICT(정보통신기술)가 생산, 제품 등 제조업과 결합되면서 생산 방식과 제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 양적 투입 중심, 원가 절감 중심의 경쟁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시장 상황에 빠르게 반응하고,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얼마나 유연하게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송병훈 전자부품연구원 스마트팩토리ICT연구단장은 "미래 제조업은 고객이 제품을 주문한 순간부터 택배·물류까지 모든 과정을 IoT(사물인터넷)로 연결하는 기술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 개 전환"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까지 예산과 동반성장기금 등을 사용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을 1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말까지 스마트공장 전환이 완료된 사업장은 1240개였다.


    정부는 올해 예산 352억원, 민간 자금 223억원 등 총 575억원을 투입해 약 800개 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기계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는 중소·중견기업은 5000만원 한도에서 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


    제품의 기획·설계·생산·유통·판매 등 모든 과정을 IT(정보통신) 기술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모든 기계가 IoT(사물인터넷)를 통해 소통하면서 최적(最適)의 공정을 실현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감, 인간 중심의 작업 환경, 개인 맞춤형 제조, 제조·서비스 융합 등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