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배당주·IRP로 '세금 다이어트'

    입력 : 2016.04.08 09:36

    [Cover Story] 한 해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위한 節稅 가이드


    지난달 중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출시와 함께 각 금융사가 뜨거운 가입 유치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 은행·증권사 대표들은 ISA에 가입할 수가 없었다. 이들 대부분이 전년도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여서 가입 제한에 걸렸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에게 절세 혜택을 줘선 안 된다는 '부자 감세 불가론' 때문에 전국적인 ISA 열풍에서 비켜나 있는 금융 고소득자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가 당면과제다.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이자와 배당금 등을 합한 금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6~41.8%)을 적용받게 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14년 기준으로 약 14만명, 전 국민의 0.3% 정도다.


    원래 금융자산이 많아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도 2000만원 넘는 금융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큰 부담이 없을 수 있지만, 퇴직금으로 목돈을 받으면서 갑자기 과세 대상자가 된 연금 생활자 등은 세금 내기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새로 도입되는 과세 제도가 여럿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배당주' 투자했다면 분리 과세 혜택


    정부가 기업들의 배당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고배당 주식 배당금에 대해 세율을 낮춰주고 분리 과세 신청도 가능하도록 과세 특례를 도입했다. '고배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배당금에 물리는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5.4%에서 9.9%로 낮아지고,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00만원 초과 분에 대해 27.5% 세율로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고배당 주식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지난해 평균 배당성향 24.13%, 평균 배당수익률 1.37%)의 120% 이상, 총 배당금액 증가율 10% 이상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50% 이상, 총 배당금액 증가율 30% 이거나 ▲신규 상장 기업 또는 직전 3개년 무배당 기업으로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30% 이상인 경우다. 회사별로 2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금을 의결했다〈표 참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약 140개 기업이 '고배당주'로 확정됐다.


    대부분은 이 고배당주들에 투자했을 때 자동으로 9.9% 세율을 적용받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다르다. 종합소득세 과표가 3억원을 초과해 최고세율(41.8%)을 적용받는 경우라면 27.5% 세율로 분리과세를 신청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지만, 종합소득세율이 27.5%보다 낮은 경우에는 굳이 분리과세를 선택해서 더 높은 세금을 떼일 필요가 없다. 원천징수 의무자인 각 증권사에 분리과세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자신이 정확히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이 아슬아슬하게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들은 분리과세 선택으로 아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분리과세 신청 기간이 주총 후 20일 이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한을 넘겨 절세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사업 성과를 기준으로 올해 받은 배당금은 내년 5월에 신고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시뮬레이션해보면 근로소득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가 27.5% 분리과세 신청이 유리할지 아닐지 가장 모호하다"며 "본인의 올해 소득을 최대한 추정해본 후 분리과세 신청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IRP는 나만의 조세 회피처


    기존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퇴직금을 받아 갑자기 목돈을 받아든 경우라면 IRP 계좌에 넣어두고 절세를 꾀하는 게 좋다. 일단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는 경우 퇴직 소득세를 30% 감면해줘 70% 세금만 내면 된다. 이런 세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퇴직금을 장기간 나눠 받게 함으로써 소중한 노후 자금을 엉뚱하게 날려버릴 위험을 막자는 취지다.


    퇴직금은 지급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IRP 계좌에 입금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게 좋다.


    또 IRP 계좌에 넣은 돈은 '과세이연(課稅移延)' 대상이 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소득이 한 번 들어간 뒤 실제로 인출될 때까지는 퇴직 소득세를 떼어가지 않아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IRP로 운용할 경우 퇴직 소득세는 과세이연되고 계좌 해지 때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는 '분류과세'로 원천징수된다. 나머지 운용수익을 찾을 때도 16.5% 기타소득세로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


    바뀐 펀드 과세 방식 주의를


    이달부터 펀드에 대한 과세 방식이 바뀌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특정 결산 시점에 펀드 매매 이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후 손실이 나더라도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결산이 도래한 중국 펀드에 들고 있었던 투자자라면 이후 수익률이 폭락했어도 상당한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는 환매 시점의 최종 매매 이익을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결산 시점의 펀드 매매 이익이 200만원일 때 세금(15.4%)을 낸 후 환매 전까지 이익이 100만원으로 줄어들더라도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었다면 이제부터는 환매 시점과 세금 결산 시점이 같아져 총 매매 이익인 1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단, 펀드 소득이 일괄 과세되면서 해당 과세 연도의 금융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한꺼번에 매매 이익이 잡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재 신한금융투자 세무팀장은 "ELS(주가연계증권)가 3년 만기 상환돼 일시에 2000만원 넘는 수익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ELS에 투자한다면 되도록 월 지급식 ELS 등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