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어난 이랜드, 중국 계열사 上場 추진

    입력 : 2016.04.07 13:47

    공격적 인수합병·점포 확대로 차입금 급증했는데 수익은 악화… 최근 신용등급 잇따라 떨어져
    이랜드 "中사업 성장하고 있어… 상장 성공하고 재무 개선될 것"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온 이랜드그룹이 자산 매각에 이어 상장(上場)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신용 등급이 하락하자, 현금을 확보해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6일 중국 법인 이랜드 인터내셔널 패션 상하이와 이랜드 패션 상하이를 통합하고 중국 상하이 증시나 선전 증시, 혹은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랜드그룹은 2조5000억원 이상의 공모자금을 주식 시장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미 백화점과 아웃렛 등 4개 부동산을 재임대(세일앤드리스백)하고, 킴스클럽 매각, 이랜드리테일의 국내 증시 상장도 추진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계열사 161개 중 상장된 회사가 2010년 인수한 이월드 하나뿐일 정도로 기업공개에 부정적이던 이랜드그룹이 갑자기 상장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신용도 계속 흔들려


    최근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12월 31일 기준 이랜드그룹의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이랜드파크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3에서 A3-로 낮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014년보다 2015년의 재무적 위험 수준이 높아져 신용도 하향 압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신용도가 흔들린 이유는 패션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증가로 인한 재무안정성 악화였다.


    이랜드가 2013년 말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낸 SPA 브랜드 '스파오' 매장. 이랜드는 여성복과 스포츠 의류를 만들어 파는 중국 법인 두 곳을 통합한 뒤 해외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제공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벌여온 이랜드그룹 계열사는 2014년 138개에서 작년 161개로 늘어났다. 여기에 신규 영업점 출점을 강화하고, 중국 시장 진출도 확대하면서 2014년 4조5721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작년 5조4707억원으로 1년 사이 8986억원 증가했다.


    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생겨도 문제가 없지만, 이랜드그룹의 수익성은 1년 전보다 악화됐다.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매출은 6조7178억원에서 7조1069억원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58억에서 4192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9.7%에서 5.9%로 감소한 것이다. 수익성 하락은 주력 부문인 패션과 유통 부문에서 심하다.


    ◇"지나친 공격 일변도 경영 문제" vs "성장 과정일 뿐"


    이랜드그룹은 5월 중으로 국내 킴스클럽 매각을 매듭짓고, 내년에는 이랜드리테일을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법인 2곳은 올해 하반기 안에 기관투자자를 선정해 2018~2020년 홍콩이나 중국 상하이, 선전 증시에 상장한다는 게 목표이다.


    이랜드의 이러한 행보가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법인 상장은 기간이 많이 남아 현 상황의 돌파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랜드그룹 측은 "차입금은 높아지고 있지만 2013년 399%였던 부채비율을 작년 303%까지 낮췄고, 킴스클럽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상장 등을 통해 올해 부채비율을 200%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며 "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중국 법인을 상장해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면,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랜드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 "기업 인수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해서 생긴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사업이 성공해 현금이 나온다는 것을 과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랜드그룹 측은 "신용등급 하락 등은 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중국 사업은 성장하고 있어 상장도 성공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