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방보험, 알리안츠生命 인수... 국내 5위로

    입력 : 2016.04.07 09:22

    [인수가 1000억원 미만… 시장 예상금액의 절반도 안돼]
    안방보험, 세계적 기업들 잇따라 인수·합병


    자본금 11조 中 1위 보험사… 덩샤오핑 외손녀 사위가 CEO, 지난해 동양생명도 인수
    중국계 은행 지점도 급성장세… 차이나머니 '금융 공습' 본격화


    국내 보험업계에 '차이나머니(China Money·중국 자본)'의 진격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생보업계 11위)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인수한 동양생명(8위)과 합쳐 시장 점유율 5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동양생명은 중국 자본이 국내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였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6일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중국 안방보험에 한국 법인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해 이미 동양생명을 인수했던 만큼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알리안츠의 경우 독일계 자본이 중국계로 손바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안방보험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안방보험이 ING생명 인수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만약 안방보험이 ING생명까지 인수한다면 시장 점유율이 9%를 넘어서서 생보업계 4위인 농협생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여러 가지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안방보험이 국내에서 카드사 등을 추가로 인수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안방보험은 2004년 자동차보험 회사로 출발해 2010년 생명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증자를 통해 5억위안이던 자본금을 619억 위안(약 11조원)으로 늘려 자본금 기준으로는 중국 1위의 보험사가 됐다. 보험 수입료 기준으로는 생명보험 시장 점유율이 4%로 8위다.


    ◇안방보험이 한국 금융시장 진입 첨병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에서 주목할 부분은 IBK투자증권이 만든 PEF(사모펀드)와 중국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 등 3파전에서 안방보험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방보험은 시장이 예상했던 2000억원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00억원 미만의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알리안츠 측에서 최고가에 연연하지 않고 원만한 거래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안방보험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차이나머니가 '돈 많은 왕서방'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회사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국내 보험업계가 저금리 장기화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까지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안방보험은 "한국은 아직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험시장에서 온라인 보험으로 급성장한 만큼 한국 보험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다.


    안방보험이 보험업계에서 가장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알리안츠생명 노조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도 주목된다. 알리안츠생명은 노조의 반대에 밀려 경영난에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은 10년래 최악인 87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중국식 노조 관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은행의 한국 지점들도 급성장세를 보이는 등 차이나머니의 국내 금융시장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한국 자금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국채 등 우리나라의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17조5090억원 보유해 한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다. 1990년대 초 외국인 투자 동향 집계가 시작된 이후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을 밀어냈다.


    ◇덩샤오핑 외손녀 사위의 회사, 글로벌 M&A공룡


    2014년 10월 안방보험은 ‘세계 정상(頂上)들의 호텔’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호텔 인수 역사상 최고액인 19억5000만달러(2조2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지난 3월 세계적인 호텔 기업 스타우드 인수전에도 명함을 내밀었다. 스타우드는 웨스틴, W, 셰러턴 등 11개 유명 호텔 브랜드로 전 세계에 1300개 이상의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미국의 호텔 그룹이다. 메리어트호텔 측이 122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를 앞두고 있었는데, 129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내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꺼냈다. 매리어트가 인수가를 136억달러로 올리자, 140억달러로 인수가를 높이기도 했는데 지난달 31일 돌연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각국의 금융회사와 부동산을 사 모으고 있다. 한국의 동양생명(인수가 1조1300억원·약 63억위안), 벨기에 보험사 피데아(인수가 20억위안), 델타 로이드(인수가 16억3000만위안) 등의 금융회사를 인수했고, 미국의 메릴린치 금융 센터(인수가 27억위안), 영국 런던의 헤론 빌딩(인수가 76억위안) 등 부동산도 샀다.


    이 같은 급성장 배경으로는 최고경영자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 딸의 사위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다. 중국 권력층의 친인척이 경영진에 대거 포진돼 있다는 말도 있다. 일부 외신은 천이 전 부총리의 막내아들이 안방보험의 이사이고,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도 이사진에 있다고 보도했다.